내가 좋아한 너

콩깍지 주의!

by 공운

원래 서로 다른 사람끼리 끌린다고 했다.

무심한 사람과 섬세한 사람.

장난기가 많은 사람과 잘 받아주는 사람.

그 외 등.


그래서였을까,

내가 좋아했던 그 애는 운동을 잘했다.

농구, 축구, 배드민턴, 달리기 뭐 하나 빠짐없이 해냈다.

겨우 체육 수행평가 최저점을 넘기던 나와 달리.


쉬는 시간 운동장에서 환호가 들려오면, 그건 네가 넣은 골 때문이었다.

그 소리에 멍하니, 애들에게 뒤엉켜 박수를 받고 있는 너를 바라보다 점심시간을 놓치기 일쑤였다.

작지 않은 체구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너무 밝아,

너를 발견하는 건 쉬운 일이었다는 걸 알까.


책을 읽고 있으면 그는 어김없이 내게로 다가왔다.

그림자가 내 책 위로 드리워졌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 흙투성이가 된 웃옷을 털며.

햇살과 눈이 마주쳤다.

“무슨 책이야?”

그 짧은 한마디에 시선은 허공에서 흔들리다가, 이내 책의 한 페이지로 옮겨졌다.

“별로 재미없어.”

대화는 하고 싶었지만, 더 이어가면 할 말이 없을 것 같아, 혼자서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를 마무리했다.

그럼에도 그는 웃으며 책 표지를 넘겼다.

“너 책 많이 읽는다. 나는 책만 읽으면 맨날 조는데.”

그 한마디에, 온종일 붕 떠 있는 기분이었다.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고, 다정한 행동과 무해한 웃음으로 온갖 사람들을 홀렸겠지.

강아지상, 고양이상 그런 걸 일일이 따지면 강아지 90퍼센트.

하지만 뭍보다 물이 어울릴법한 그는 돌고래를 연상케 했다.

뽀얗게 생긴 얼굴, 천진한 미소.

살갗이 하얗게 보였던 것은 환한 웃음 때문이었을까.

온 세상이 그냥 너였다.

네가 아니라면 얼굴이 흐릿해질 정도로.


사랑이라는 필터 때문일까.

세상에서 이만큼 보정이 심한 필터는 없을 것이다.


운동장에서, 도서관에서, 복도 끝에서,

너는 언제나 우뚝 솟아 있었다.

먼저 말을 건네기에는 용기가 없어,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네가 먼저 인사를 해 준 날은 기념일처럼 마음에 새겨졌다.

눈 맞춤, 미소, 단순한 인사에도 나는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전부 와르르.


그 무너짐은 넓은 파장을 일으켰다.

그 옅은 흔들림은 졸업 후에도 가끔 나를 찾아왔다.

마음의 잔해로, 파도의 열기로, 숨 막히는 향기로.


왜 이렇게 멋있지.

해바라기가 태양을 보는 것처럼,

나는 자연스럽게 너만을 좇았다.

목이 바싹 마르는데도, 숨을 죽인 채 너를 담았다.

태양만을 바라보면 타 죽을 것을 아는데도.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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