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면의 단단함
사람에게 상처받고, 조직에 지치고, 혼자 남았다.
그리고 힘들어했다.
하지만 이제는 천천히, 단단하게.
다시 나만의 속도로 걷기 시작했다.
혼자서도 단단해지는 경험 속에서
신기하게도 기대하지 못했던 만남들도 다가왔다.
#직장 동료와 친구는 될 수 없더라
나에게 먼저 다가온 직원이 있었다.
나도 남들처럼 근무 중 메신저로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고, 점심 후 수다로 회포를 풀며, 퇴근 후엔 삼겹살을 함께 먹을 동료가 생겨서 기뻤다.
그런데 그 동료는 자꾸 선을 넘었다.
무리한 부탁을 해오면서도, 정작 내가 협조를 요청할 땐 친분 없는 다른 동료보다 더 매몰차게 거절했다.
처음엔 기분 탓인가 했지만 반복되는 상황 속에
결국 나를 이용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역시 내가 뭐라고… 누가 먼저 다가오겠어.’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직장에서는 우정을 쌓지 않기로 다짐했다.
#나 홀로 직장 동호회에 가입하다
복직 3개월 차.
나 스스로가 어이없는 일이 있는데, 사내 동호회에 가입한 것이다.
그것도 혼자서.
다수 속에 혼자 있는 걸 극도로 싫어하던 내가 뭔가가 씌었던 건지, 제 발로 그 길을 간 것이다.
사실 관심 분야이기도 했고, 비슷한 모임을 온라인에서 알아보던 참이었다.
하지만 온라인은 낯선 사람들의 신원이 불확실해 좀 꺼려졌는데, 마침 사내 메일로 도착한 동호회 모집 공고를 보고 그만 덜컥 신청해 버렸다.
그리고 사실... 동기 무리도, 인맥도 없는 내가 어디 비빌 구석이 하나쯤은 있었으면 싶었다.
8명의 소규모 동호회라 인맥이라고 하기도 민망하지만,
그래도 시청에서 나와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난 건 새로운 경험이었다.
지금 6개월째.
아직도 동호회에 갈 때마다 낯설지만, 그냥저냥 잘 버티고 있다.
나도 이런 내가 좀 어이가 없다. 극도의 개인주의자 성향인 내가 사내동호회를 하다니. 하하.
#결국, 시간이 약인가?
처음에 동기 무리에 들지 못했다고 해서 낙담할 필요는 없다.
동기라는 무리가 꼭 필요하진 않다. 물론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인간관계나 업무에 큰 지장은 없다.
버티다 보니, 만 2년 정도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된다.
얼마 전엔 나와 같은 비정기 시험으로 들어온 사람들과 작은 모임도 결성했다. 기수도 다 다르지만, 6명이 조촐하게 모였다.
한때 가장 힘들었던 시기, 그분들 대부분이 휴직 중이어서 서로의 존재조차 몰랐던 우리.
무리에 끼지 못하던 사람들이, 결국 서로를 발견해 무리를 만든 것이다.
무리를 싫어하던 나지만, 그건 어쩌면 '끼지 못했던 경험'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도 업무 외 만남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이미 사람에게 많이 질려버렸고, 혼자인 게 편해져 버렸으니까.
그래도 비슷한 공감대를 가진 사람들과의 대화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조금은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그리고 예전에는 짝이 없어 못 갔던 당일치기 직원 워크숍도 같이 가자고 연락을 해온 사람이 생겼다.
물론, 후에 알고 보니 여기저기 알아보고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나에게 연락한 거라고 했지만… 그래도 이 발전이 꽤 놀라웠다. 결국 시간이 약이더라.
#여전한, 끼리끼리 문화
우르르 몰려다니며 단체주의를 강요하는 분위기는, 본청이나 사업소나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나는, 억지로 맞추지 않기로 했다.
이제는 내 템포를 따르기로 한 것이다.
점심시간에는 나만의 도시락을 조용히 즐기고,
카페 타임엔 각자 계산하고,
어느 순간부터는 혼자 산책하는 시간을 더 즐기게 되었다.
가끔, 길에서 맞은편에서 몰려다니는 동료들을 마주치면 아직도 조금 껄끄럽긴 하다.
그래도 인사하며 웃어준다.
그건 내가 내몰린 게 아니라, 내가 선택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
혼자 행동하는 나를 향한 사람들의 눈치, 따가운 시선은 여전하지만,
이 조직에서 시간을 보내며 내가 얻은 결론은 분명하다.
너무 애써도, 달라지는 건 없다.
결국 나를 지키는 방법이 최선이라는 것.
오늘도 혼자만의 고요한 식사를 즐기고, 홀로 산책을 떠나는 나.
그러다 우연히 마주친 동료가 묻는다. “OO 씨는 혼자 다녀?”
나는 웃으며 대답한다. “네!”
“그래, 혼자 다니는 것도 좋지.”
그럼요.
혼자 다니는 거… 이젠 좋아요!
정말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