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무원 5화] 공무원 생활을 특별하게 만들고 싶다면
안녕하세요, 짱무원입니다.
저는 어느덧 학교에서 6년째 일하고 있으며
다양한 행정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공무원 직업 특성상 매번 기안을 올리고,
같은 업무와 루틴의 행정 절차들을
매일, 매월, 매년 반복하게 됩니다.
사실 처음에는 일이 재밌고 신기했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공무원이 되어
부모님도 기뻐하셨고 주변 친구들도 부러워했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공무원증도 생기고,
취직이 어려운 시기에 제가 직장인이
되었다는 사실조차 마냥 좋았습니다.
그런데 일을 시작하고 약 3년 정도 지났을 때
더이상 일이 새롭거나 낯설지 않고
사실은 단순한 업무 반복이라는 부분,
그리고 학교에서 제 존재가 왠지 너무 작아보여
나는 없어도 괜찮은 사람 같다는 마인드가
점점 커지면서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매일 예전에 쓰던 공문을 조금씩 다듬고,
늘 하던 방식대로 업무를 보고
같은 양식을 반복 수정하는 일이 반복되며
내가 뭔가 성장 대신 오히려 퇴보한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일에 나만의 의미를
부여하는 루틴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단순히 시간을 보내기 위한 직장이 아니라
나의 태도와 시선을 담아내는 공간으로요.
오늘은 그 루틴 네 가지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나만의 학교 행정실 꿀팁 자료 만들기
제가 처음 공무원이 되었을 때
이건 누구한테 물어봐야할지
감이 안 오는 일이 정말 많았습니다.
급여 입력 방법, 연말정산 진행 방식 등
공식 매뉴얼 책도 물론 많긴 합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필요하고 급하게
질문해야할 것들은 더 많았어요.
그래서 올해부터는
제가 직접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글 파일로 대충 만든 요약본 같은 건데요.
실무에서 자주 쓰이는 지식이나 팁
혹은 작업 순서 등을 정리해서
작은 자료집 파일로 만드는 거예요.
처음엔 저도 잘 까먹으니 기억이 휘발되지 않게
저를 위해 만든 자료집이었는데,
어느 날 다른 선생님께 슬쩍 공유해드렸더니
정말 고마워하시더라고요.
이 하찮고 엉성해 보이는 문서 하나가
누군가에겐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알고 나서는
의미가 생겨서 주기적으로 가다듬고 있습니다.
다음 사람에게 다리를 놓아주는 일 같아서
소소한 보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학교의 톱니바퀴는 나의 기름칠로 움직인다
요즘 제가 자주 떠올리는 말입니다.
학교의 일상이 별 탈 없이 잘 돌아가는
이유 중 하나는 소소한 행정실의 관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더라고요.
전구가 나가고 에어컨이 고장나면 업체 부르고
놀이터 시소가 낡으면 보수 공문을 쓰고
선생님 급여일이 되면 문제없이 지급하고…
이 모든 건 누구에게 눈에 확 띄는 업무는 아니나
학교라는 큰 톱니바퀴를 원활하게 굴리는
중요한 기름칠 같은 일이라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가끔은 하루종일 내가 무슨 일을 했나 기억이
안날 정도로 자잘한 업무만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마음속으로 누군가는
지금 우리 학교가 평온한 것을 당연히 여기지만,
이 당연함 뒤엔 누군가의 손길이 있다는 것과
바로 그 누군가가 저라는 사실을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내 자리를 간절하게 꿈꾸고 있다는 것
이 말은 저 스스로를 다잡을 때마다
자주 떠올리는 문장입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공시생이던 시절을 떠올리는데
공시생이었을 때 공무원 뉴스를 찾아보기도 하고
공시 합격 수기를 보면서 너무 부러운 나머지
눈물을 흘리기도 했었습니다.
실제로 제가 공시를 준비하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일단 너무너무 되고 싶은 직업이었고
붙는 것 자체가 간절한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그 자리에 결국 들어온 제가 만약
하루하루를 일하기 싫다고 허투루 보낸다면
그건 그때 공부에 매진하던 과거의 제 자신에게
미안한 일이고, 후회는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현타 오고 출근이 귀찮더라도
이 자리는 내가 지켜야 할 자리라고 생각하며
매일 책상에 앉으려고 노력합니다.
그것만으로도 하루의 의미가 조금 달라져요!
내가 해결해 드린 민원 하나가 누군가의 하루를 편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하기
사소해 보이는 민원 하나가
누군가에겐 간절한 부탁일 수 있습니다.
경력증명서 한 장, 원천징수영수증 한 장,
고장 난 컴퓨터, 물이 안 내려가는 변기 등등…
이런 일들을 해결해드릴 때
신경 써주셔서 감사하다, 혹은
빠른 업무 처리 감사드린다 등의
감사 인사를 듣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럴 때면 제 업무로 누군가가 만족을 느낀 것 같고
감사인사 한마디로 기분이 좋아지기도 해요.
내가 한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편하게 해줬다는 걸 생각하며 일해 보세요!
그러면 약간의 보람을 느낄 수 있답니다.
공무원으로서 그리고 학교 구성원으로서
의미를 찾고 성장하는 것은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교육행정직 공무원이 제게 주는 영향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참 독특합니다.
민간 기업처럼 치열한 성과 경쟁은 없지만
그만큼 스스로 동기를 만들어내야만 하죠.
그 덕분인지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저는 여전히 제 자리를 애정합니다.
조그마한 급여명세서보다 중요한 건
매일 이 일을 하면서 조금씩 성숙해지고 있고
긍정적으로 변해가는 제 스스로의 모습입니다.
교육행정직 공무원이 되고 나서
저는 가족이나 친구가 아닌
직장에서 사람을 대하는 법을 배웠고,
일이라는 게 단순히 결과가 아니라
과정과 태도도 포함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때로는 다른 직업이 더 멋있어 보일 때도 있지만
어쨌든 이 공무원 인생 속에서 나름대로
자기 성찰을 통해 의미를 찾아나가는
연습을 하고 있는 짱무원이었습니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