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일기 #4 6주차
6주차
– 입덧. 갈색혈. 피부 트러블. 변비 지속. 기립성 빈혈. 몸이 무겁고 나른함.
2019.02.16.土 6주 0일
오늘은 이사한 친구 집에 놀러 가기로 했다.
약간 어지러움이 있었고 몸은 무겁고 나른하고 속은 답답하고...
도저히 안되겠어서 친구들에게도 임신 사실을 알렸고 계속 누워있었다ㅋㅋ
컨디션을 생각해서 오래는 못 놀고 일찍 집으로 돌아와서 계속 쉬었다.
2019.02.17.日 6주 1일
아침에 갈색혈이 살짝 비쳐서 조금 놀랬다. 바로 인터넷 검색!
살짝 보이는거라 너무 걱정 안해도 될 것 같아서 집에서 하루 종일 꼼짝 않고 요양하는걸로...
사실 작년에 친정 식구들과 괌 여행을 계획해서 3월 중순에 떠날 일만 남아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임신 탓에 항공료와 숙소의 수수료를 최소화하려면 어서 엄마한테 알려야 했다.
좀 더 늦게 알리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오늘 영상통화로 초음파 사진 보여줬다.
엄마는 당연히 기뻐하셨고 축하해주셨다.
너무너무 속상하고 아쉽지만 여행은 취소하는 걸로...ㅠㅠ (나 땜에 모든 가족이 여행을 포기함ㅠ)
태교여행으로 가라는데 작년에 여름휴가도 못 간 남편이랑... 갈 수 있을까?
오늘도 역시나 저녁 먹고 속이 너무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았다. 너무 괴롭다.
2019.02.18.月 6주 2일
자다가 몇 번이나 깼는데 속이 불편해서 다시 잠들기도 힘들었다.
오늘도 갈색혈 살짝 있었고 평소에 없었던 피부 트러블도 이마 곳곳에 생겼다.
변비도 죽을 맛이다. 배변 활동이 원활하게 되지 않으니까 속도 더 답답한 느낌이다.
정말 고민하다가 갈샐혈도 비치고 안되겠다 싶아서 생각보다 일찍 회사에 임신을 알렸다.
소장님이랑 팀장님에게 말씀드렸는데 모두 진심으로 축하해주셨다.
이번에는 몸 관리 잘하라며ㅠㅠ
지금까지 회사에서 단축근무를 썼던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법이 생기기 전에 이미 출산함;;) 이해할 수 있는 자료를 다 출력해서 상사분께 보여드렸다.
관련 법 조항, 사규, 임신 확인증 사본 등등.
물론 법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라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문제였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가 않았다.
괜히 쫄아서 입이 잘 안 떨어졌다ㅠ
일단 무리를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화, 수 이틀 휴가 받아서 쉬고 목요일부터 단축근무 시작하기로 했다.
2019.02.19.火 6주 3일
장 하나는 정말 튼튼하다고 자부했던 장녀(腸女)였는데 변비가 나를 괴롭힌다ㅠ
대신 오전은 입덧이 거의 없는 상태로 엄청 쌩쌩!!
회사 안 가고 계속 누워서 쉬어서 그런지 컨디션이 좋았다.
어제보다는 덜하지만 오늘도 갈색혈이 아주 살짝 보였다.
남편도 어쩌다가 오늘 쉬게 되어서 같이 집에 있게 되었다.
그렇게 내 수발을 들기 시작했다... 엄마가 이서방은 무슨 죄냐고...;; ㅋㅋ
나도 솔직히 죄책감 같은게 들기는 하는데 본인이 한사코 말린다.
작년같은 일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아서 조심스러운 마음이 크니까...
그 마음이 이해돼서 고맙고 미안하지만 받아들이기로 했다.
남편이 나보고 시간만 있으면 무조건 누워서 쉬란다.
밖에서 일하고, 밥도 하고, 뒷정리하고, 여러 집안일을 하느라 피곤할텐데
불평불만 없이 묵묵히 해줘서 너무 고마워♡ㅠㅠ
2019.02.20.水 6주 4일
오전에는 입덧도 없고 컨디션이 정말 최상이다.
엄마가 점심 같이 먹자고 잠깐 놀러 오셨는데 정말 오래간만에 밥 한공기도 다 먹음!!
갈색혈도 사라지고 컨디션도 나아져서 기분이 좋다.
하지만 또 이렇게 입덧 증상이 희미하거나 사라지면 무슨 문제가 있는건 아닌지 걱정도 되고 불안하기도 하다.
입덧이 있어도 불안, 없어도 불안 ㅠ_ㅠ
약간의 임신성 빈혈이 있는지 어지럽다. 특히 앉았다가 일어나면 핑~ @.@ 돈다.
체온은 계속 37.3~5도로 고온기가 유지되는중.
오늘은 울렁거림이 좀 덜한 대신에 배가 콕콕하는 것이 많이 느껴졌다.
제부가 미용실에 간 동안에 동생은 우리집에 잠깐 놀다 갔고 ㅎㅎ
남편은 저녁에 약속 있어서 나갔는데 내 눈치 본다고 너무 일찍 들어왔다.
맘 편하게 놀다 오지ㅠㅠ 그 와중에 내가 좋아하는 카스텔라도 사오고... 미안하네ㅠㅠ
2019.02.21.木 6주 5일
오늘은 입덧이 덜해서 살만했다.
폭풍전야는 아니겠지 ㄷㄷㄷ
오늘부터 단축근무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2시간 앞당겨서 퇴근해서 3시 30분에 마친다.
집에 가서 좀 쉬다가 퇴근한 남편이랑 같이 병원에 검진 다녀왔다.
작년 여름, 딱 이 주수쯤 심장 소리 들을거라고 잔뜩 기대하고 병원에 갔다가 계류유산 판정을 받고 바로 다음날 수술했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병원 가는 길 내내 더 긴장돼서 죽는 줄 알았다.
남편은 손에서 계속 땀이 났고 나는 어지러워서 토할 뻔ㅠ
다행히 심장소리도 들을 수 있었고 아기도 잘 자라고
있다는 말에 안심이 되었다ㅠㅠ
초음파 동영상도 녹화하기 시작했다.
조그맣게 파닥거리는게 있었는데 그게 심장이라고!!
남편은 심장 소리가 신기한지 계속 듣고 ㅋㅋ
검진 결과에 날아갈듯이 마음이 가벼워졌다.
저녁엔 시아버지 생신이라 가족 모임이 있어서 다 모인 김에 시댁에도 오픈하게 되었다.
시부모님이 굉장히 좋아하셨는데 시아버지가 유산한 사람은 임신이 잘 안된다더니 임신해서 다행이다는 식의 말씀을 덧붙여서 살짝 기분이 상했다;;
한번도 아니고 두세번이나ㅠㅠ
그냥 축하만 해주시면 안 되나요ㅠㅠ
하필 메뉴가 소고기라... 입덧 때문에 안그래도 울렁거리는 내 속이 불판에서 구워지는 고기를 보기만 해도 느글느글거렸다ㄷㄷㄷ 임신하고는 고기 생각이 1도 안 나는 게 너무 신기하다.
2019.02.22.金 6주 6일
새벽에 화장실 간다고 깼다가 왼쪽 다리가 저려서 한참을 설치다가 힘들게 다시 잠들었다.
하루 종일 미세하게 불편해서 벌써부터 이러면 안되는데...하고 걱정이 됐다.
3시까지는 정말 최상의 컨디션이었는데 그 이후로는 울렁거리고 답답하게 되었다.
그래도 며칠 전이랑 바뀐게 있다면 배고픔을 느낀다는 것!
집에와서 오랜만에 과자도 먹었다.
오늘 괜찮은것 같다며 저녁에 외식을 했는데 닭갈비 먹고 바로 후회를ㅠ
괜찮은것 같은거지 전혀 괜찮지 않았다.
너무 답답해서 힘들었는데 자기전까지 너무너무 괴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