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3일 (월) / 21일 차
2021년 5월 3일, 월요일 (21일 차) 수월봉 해무리
강정 아파트 → 시스터필드 → 서귀포 올레시장
→ 한림 마중펜션 → 수월봉
한라산 등반 후유증으로
몸 여기저기 근육통이 왔다.
게다가 어제 저녁식사 자리에서 이어진
아내와의 언쟁으로 마음도 욱씬욱씬하다.
몸도 좋지 않은데, 마음까지 생채기를 입었다.
아침에 서귀포 올레시장에 들렀다.
제주도산 생 갈치를 양가에 보내기로 했다.
오늘은 kg당 4만 5천 원 가량 한단다.
그래도 10만 원 어치씩 네 집에 보낼거라고 하니
3kg 가량 되는 갈치 두 마리를 손질해
집마다 포장해주셨다. 손이 후하다.
우리만 맛보기가 미안했는데,
그래도 갈치맛을 공유할 수 있어 뿌듯했다.
오늘은 제주에 와서 두 번째 장기(?) 외박을 떠난다.
이번엔 제주 북서쪽 한림이다.
한림은 제주살이를 준비하면서 숙소를 알아본 1순위다.
작년 이맘때쯤 왔던 협재, 금능 바다가
너무 인상적이었는지.
꼭 한림에서 2박 이상은
묶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숙소는 아내가 예약했다.
몇 개를 후보에 두고 며칠간 고민한 끝에
마당이 있고 바다가 보이는 펜션을 예약했다.
1박에 18만 원 하는 곳인데
숙소 퀄리티에 비해 비싼 편인 듯하다.
문을 열면 바로 바다가 있는 멋진 곳이긴 한데,
내부 시설이 별로였다.
복층으로 된 원룸인데 마당이 옆 숙소와 연결돼
프라이버시 보호란 전혀 안 됐고, 벽간 소음도 심한 편이다.
큰 소리로 떠들지 않아도 옆집에 다 들릴 정도니...
그나마 마음에 드는 건
너른 마당과 창문 열면 나오는 바다 풍경이다.
날이 흐렸다.
내일은 비 예보가 있다.
우리가 여기에서 머물 시간이
고작 이틀인데 그 이틀이 흐려 속상했다.
금능과 협재바다는
에메랄드빛 물결로 제주 해안 중 으뜸에 속하는데
날이 좋아야 아이들도 금빛 모래사장과
얕은 바닷가에서 마음껏 물놀이를 할텐데...
설상가상으로 아내와 간극은
어제부로 더욱 커져 오늘은 거의 대화가 없었다.
제주에 오기 전부터 말다툼 빈도가 높아졌다.
육아 때문에 서로 힘들어 예민해진 것도 있지만,
서로의 우선순위와 생각이 많이 다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
우리 부부는 그게 가장 부족하다.
나부터 왜 그런 태도가 고쳐지지 않는 걸까.
속 좁은 남자는 아내를 힘들게 한다.
내 딸은 나같은 남자 못 만나게 해야지...
오늘은 어색한 침묵 속에 같이 있기 힘들어
아이를 안고 무작정 나왔다.
수월봉 해무리가 지친 마음을 평온하게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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