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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곤잘레스 파파 Aug 02. 2021

한 치 앞도 모를 바다

2021년 5월 4일 (화) / 22일 차

202154, 화요일 (22일 차)   주체의식  


한림 마중펜션 대문집 (고등어구이)

한치 앞도 모를 바다 (한치 통볶이 ★★★)

선운정사 섬고래 (스페셜회 ★★★★★) with 독도소주    


 아침부터 먹구름이 잔뜩 끼더니

 온종일 세차게 비가 내린다.

 우중충한 날씨처럼 아내와의 관계는

 여전히 저기압이다.

 간밤에 한참 우리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우리는 서로 배려는커녕

 자신을 내려놓지 않는다.

 문제가 무엇인지 잘 알면서 실행을 못한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아침부터 종일 비가 내렸다.

 코앞에 바다를 두고 발 한 번 못 담가보는 아이들.

 그렇게 아내와의 어색한 시간이 흘렀고,

 아이들은 그런 부모의 모습에 슬금 눈치를 본다.

 이런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이는 게

 최악의 부모 상이라 생각했는데...

 나도 참 못났다.


숙소에서 보내는 시간


 아내가 먼저 손을 내민다.

 자기가 모든 걸 내려놓겠다고 한다.

 부부 싸움에 승자와 패자는 없다.

 내려놓는 것 또한 각자의 몫이다.

 자존심이 센 아내인데,

 먼저 손을 내미니 내 얼굴이 오히려 부끄러웠다.


 아내는 나에게 마음을 조금 넓게 써달라고 부탁했다.

 화해했다. 아내는 아이들 때문에

 먼저 손을 내민 것 같다.

 그렇게 우리의 위기는 일단락됐다.


 

선/운/정/사

 

 비 오는 밤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효리네 민박에서 아이유가 가보고 싶다고 했던

 365일 연등행사가 열린다는 선운정사다.

 한림 인근에 있어 이곳에 오면

 꼭 들러야지 하면서 찾아봤는데

 비 오는 날 색색이 등이 켜지면 너무 예쁘겠다 싶었다.


 아내와 갈등은 풀었지만,

 우울한 마음은 쉽게 가시지 않아 홀로 나왔다.

 가는 길에 비바람이 거셌다.

 선운정사에 도착하니

 연등행사는 2년 전에 종료됐다고 한다.


 생각보다 큰 절이었다.

 비바람에 인적도 없었다.

 연등은 없었지만 불탑과 절 곳곳에

 색색이 불이 들어왔다.

 규모는 컸지만, 아기자기한 느낌도 들었다.

 제주의 절들은 육지의 절들과 달리 크기가 상당하다.

 동양에서 가장 큰 법당이라는

 약천사도 그렇고 선운정사도 웅장하다.

 아이유가 보고 싶었다는 연등행사를

 못 봐서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비 오는 절은 매력적이었다.

 

한림에서 찾은 숨겨진 보물같은 곳 <섬고래>


 늦은 저녁, 애들을 재우고 나니 허기가 진다.

 허기를 채우려 편의점으로 가는 길목에

 <섬고래>라는 아담한 간판이 있는 가게를 발견했다.  

 저녁 5시에 한시적으로 여는 식당은 

 부부가 운영하는데 오늘은 비 오는 밤이라 손님도 없었다.

 안주로 제철회 한 접시를 주문했다.      

 아내와 화해주도 나눌 겸.


 그런데 사장님이 미안한 표정으로

 제철회를 주문했는데, 횟감이 떨어져

 스페셜 회 재료만 남았다고 한다.

 스페셜회는 일반 제철회보다 조금 비싸다.

 그래도 사장님 장인어른이 직접 제주 앞바다에서

 잡아 온 <부시리, 뱅어돔, 쥐치, 숭어>

 일반 육지에서 맛보기 힘든 생선 종류다.  

 그래서 스페셜 메뉴가 나오는 날은

 한 달에 몇 번 없다는데 오늘이 기회란다.

 

 비도 오고, 기분도 울적한 하루였으니

 맛있는 거라도 먹자는 생각에 그대로 주문했다.


 

회도 달고, 술도 달았다.


 회도 달고, 술도 달았다.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둘이 먹기에 딱 적당했다.

 정갈하고 고급스럽게 포장 용기에 담아 더 맛 들여 보인다.

 횟집에서 이 정도 먹으려면

 15만 원 이상 줘야 된다고 설명해주셨다.

 언제 또 이렇게 싱싱하고 맛난 생선회를 먹어보랴.


 아내는 속이 좋지 않아 회를 몇 점 입에 대지 못했다.

 마음이 안 좋은 날에는 음식을 먹으면

 소화불량이 있는 편이라 괜히 미안해졌다.      


 아내와 나도

 며칠 주춤했던 시간이었다.

 소중한 주체에 대한 의식이 달라지면

 정작 중요한 주체를 잃어버리고 살게 된다.

 그렇게 안 살아야지.

 이제부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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