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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곤잘레스 파파 Mar 08. 2022

[9] 집밥 엄마와 통닭 아빠

전근대적인 추억의 보편성

우리는 먼 타지 생활을 하다 보면

늘 엄마의 집밥이 그립다.


아버지는 왜 월급날이면

그렇게 노란 봉투에 담긴 통닭을 사오셨을까?


우리의 음식 정서에는

추억이란 보편성이 있다!


엄마의 집밥, 그리고 아버지의 월급날 통닭...



어머니의 집밥과 아버지의 통닭


어머니의 손맛 하면 나는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장면은

어머니의 손맛을 강조했던 김혜자 배우님의

"고향의 맛, 다시다"였다.


일명, 일본의 아지노모토에서 유래된

감칠맛의 대명사 국내 조미료 연대기는

1955년 대성공업사가 선보인 '미미소'에서 시작해

동아화성공업(현 대상)이 개발한 미원으로 발전했다.

한때 조미료는 부유층에서만 사용하는 사치품이었으나

1960년대부터 일반 가정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대중화됐고,

CJ제일제당은 미원의 아성을 넘어 다시다를 개발해

시장의 판도를 뒤집었다.


국민엄마 김혜자 배우님은 광고에서 국물 맛을 보면서

"그래, 이 맛이야"로 국민들의 머릿속에 각인됐고,

다시다는 인기를 살려 어머니의 그리운 손맛을 강조한

"고향의 맛" 캠페인을 시도했다.


물론, 집밥으로 표현되는 어머니의 손맛은 다르겠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1970~80년대 어머니의 손맛은

MSG의 맛이었을지도 모른다.


도시화와 산업화로 대변되면서 핵가족화가 진행되고

고향의 맛이 그리운 도시민들의 애환을 끄집어내는데

MSG의 광고가 주효했고,

TV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농촌의 풍경들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어머니의 향수를 자극해

어머니가 해준 <집밥>의 향수를 보편화하는데

일조한 것 아닐까?




우리가 기억하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표상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90년대 아버지의 상징으로 분한 성동일 배우님은

월급날 노란 봉투에 통닭을 사오는

그 시절 아버지의 모습을 잘 대변해 보여준다.


지금은 흔하게 먹고 싶을 때

배달시켜 먹는 야식 1순위가 된 <통닭>이

그땐 왜 굳이 월급날을 기다려 먹는

대접받는 음식이었을까?


정은정 작가의 <대한민국 치킨 전>이란 책에서

명쾌한 그 시절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 지금의 40대가 어린이였던 1970~80년대, 아버지가 명동영양센터의 전기구이 통닭이나 최초의 치킨 프랜차이즈인 림스치킨을 사들고 퇴근할 정도였다면, 그 아버지는 명동 일대로 출퇴근을 하는 사무직 종사자였을 확률이 높다. 당시 고급 후라이드치킨이었던 '림스치킨'이 명동 신세계백화점에 처음 등장한 때는 1977년. 당시 고용노동 통계를 보면 제조업 노동자 임금이 87,000원이다. 이를 근거로 추산하면 일일평균임금이 3,400원 종도가 된다. 그런데 당시 림스치킨이나 영양센터 통닭이 2,500~3,000원 정도였으니, 치킨은 하루 일당과 맞먹는 비싼 음식이었다.                                                         <대한민국 치킨전, 정은정>


▶ 1988년의 제조업 노동자 월평균 임금은 32만 원 정도. 이때 일일평균임금은 12,000원 수준이었고, 당시 림스치킨 값은 5,000원 정도였으니 제조업 노동자가 하루 종일 일하면 림스치킨 두 마리 값을 번 셈이다. 10여 년 전, 하루 종일 일해서 치킨 한 마리 정도를 벌었다면 이제 두 마리 반 정도의 소득 개선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도시 노동자에게 치킨 한 마리는 고급음식이었고, 밀리지 않고 제 날짜에 월급이 나오는 든든한 가부장 아버지만이 전유하는 풍경이었던 것이다.             <대한민국 치킨전, 정은정>


우리가 기억하는 월급날 아버지가 사들고 온 통닭 한 마리는

귀한 날 대접받는 귀한 음식이었던 셈이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기억되는 통닭의 의미는

가난하고 힘든 시절, 가족들이 둘러앉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종이봉투 속의 통닭을 뜯는

아름다운 기억으로 우리 추억 속에 보편화된 게 아닐까.




집밥과 통닭이 갖는 추억의 보편성!

여기에는 은밀한 시대적 이데올로기가 담겼다.

'밥상 차리기는 여성의 일', '직장은 남성의 일'이라고

치부하는 양분화된 가부장적 인식이 (실제로도 그랬고)

추억이란 아름다운 잣대로 감성적으로 소환된다.


실제로, 집밥과 바깥밥은 다른 걸까?

이용재 음식평론가에 따르면

가정용 가스레인지의 출력은 7000 BTU인 반면,

음식점 주방의 화로는 대개 100,000 BTU에서 시작한다고.

조리의 환경이 만든 차이가 음식 맛의 차이로

귀결된다고 보는데 나름의 일리가 있다.


그런 물리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엄마표 집밥을 강조하는 바깥밥들이 많고,

여전히 노란 봉투에 담긴 <옛날통닭>을 추억하는 걸 보면

굳이 조리법이 다르다고 추억의 보편성마저

무시될 수는 없는 심산이다.


오늘은 통닭 얘기도, 집밥 얘기도 아닌

통닭과 집밥으로 상징되는 우리 안에 내재된

문화 이데올로기에 대해서 고민해 봤다.


이제 아빠표 집밥도, 엄마표 통닭도

한 번쯤 뒤집어 생각해볼 수 있는 날들이 된 것 같아서.


오늘은 일찍 퇴근해

아빠표 집밥을 준비해봐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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