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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정환 Dec 17. 2022

의미부여에 대한 의미부여

마음의 법칙

작은 것 하나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기질은 건축을 할 때는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는 아직 이렇다할 장점이 없는 것 같다.

종종 인간관계에 대해 친구들과 고민을 나눌 때면 ‘그런 상황에서 그런 행동을 한다는 건 이런 심리라고 밖엔 생각이 안드는데’ 혹은 ‘그게 아니라면 굳이 그런 상황에서 그렇게 행동했을 필요가 있을까?’라는 식의 말을 달고 사는 나의 입에서는, 어느 순간부터 ‘거봐. 역시 그렇다니까’라는 말보다 ‘어째서?’라는 말이 더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가 생각한 다른 사람들의 감정과 그들이 말하는 그들의 감정 사이의 괴리감에서 오는 당혹감이 나의 인생에 꽤나 큰 고민 중에 하나가 되었다.


이번에 알게 된 ‘가짜 감정’과 ‘진솔한 감정’이라는 개념은 꽤나 오랜 시간 동안 나를 괴롭히고 있던 이 고민을 어쩌면 조금은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 희망적인 내용이었다. 

이 책이 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선 먼저 나의 감정적 상식을 다른 사람들에게 똑같이 대입하는 것을 버려야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 이유는 내가 남들의 작은 행동과 말에 의미부여하며 생각하는 남들의 의도나 감정은 결론적으로 오직 나만의 기준으로 생각한 주관적인 ‘판단’ 일뿐이고 

전지적 관점에서 다른 사람에 대한 나의 판단과 그 당사자의 의중이 사실은 일치한다 한들, 

우리는 1인칭 관찰자 시점처럼 오직 상대방의 말을 통해서만 상대방의 진심을 확인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내가 생각한 그들의 0과 1 사이에 어떤 실수값의 감정이 그것의 사실여부와는 상관없이 상대방이 하는 말에 의해서 0 혹은 1이라는 정수로 언제든 변해버릴 수 있는 불완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성인들은 흔히 ‘가짜 감정’으로 무장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쓰는 ‘느낀다’는 말은 사실 가면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는 자신의 느낌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품은 ‘생각’, 곧 주변 사람들을 보는 자신의 ‘판단’을 표현할 따름이다. 예를 들어 ‘내가 느끼기에 네가 날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라는 말은 사실 ‘너는 나를 나를 사랑하지 않아’라는 내 머릿속의 생각(판단)이다. 이 말은 다시금 내 안의 깊숙한 곳에 자극, 곧 진솔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사랑받지 못한다는 판단을 발설한 지금 내 심정은 어떠할까? 서글프고, 비참하고, 무기력하고, 우울하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리라. 바로 이런 게 진솔한 감정이다. 그러니까 먼저 확인해 둘 점은 감정은 오로지 내 안에 있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 무얼 어떻게 하든 그것은 내 감정이 아니다. 좀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내가 다른 사람이 그랬으리라고 생각하는 것 역시 내 감정이 될 수 없다.
진솔한 감정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장점을 발휘한다. 진솔한 감정은 바로 내 안에 있는 것이기에 그 책임은 전적으로 내가 진다. 그래야 내 감정 세계를 스스로 다스릴 수 있다. 누구도 나에게서 내 감정을 빼앗을 수 없다.
진솔한 감정은 어디까지나 나의 감정이기 때문에 누구도 간섭할 수 없다.
요컨대, 느끼는 그대로 솔직하게 느끼며 다른 누구의 것이 아닌 나의 인생을 살자.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감정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그 어떤 평가도 하지 말자.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오직 아무도 간섭할 수 없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진솔한 감정에 대해 집중하는 것이라 말한다. 달리 말하면 남들의 행동에 의한 그들의 감정을 판단하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그들의 감정을 그렇게 판단하고 있는 나의 감정에 집중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을 내 삶에 바로 적용해보는 것이란 아직 쉽지 않다. 의미부여라는 것은 내게는 아직,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되는’ 쪽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 번에 통째로 이러한 내 기질을 버린다기보다 조금씩 잘라내고 떨쳐내야 하는 어떤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무언가를 버린다는 것은 버리는 것의 가치여하에 상관없이 원래 아픈 것이니 아프더라도 너무 아파하지 않기로 다짐해본다.


심리생리학에서도 무엇인가 버려야 하는 사람의 두뇌를 연구한 끝에 소유 효과가 일어나는 것을 입증했다. 그저 물건을 팔고 돈을 받았음에도 아픔을 처리하는 영역, 곧 대뇌피질의 일부인 이른바 ‘도피질’이라고 하는 곳이 활발히 활동하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그러니까 무엇이든 자기 손에서 떠나보내면 아픔을 느낀다. 그게 어떤 경제적 가치를 갖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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