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그럴듯하게 포장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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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주방에 음식 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곳은 침실만큼 넓고 화장실보다 깨끗하지만, 밥솥도 식기건조대도 없다. 냄비와 식용유도 없다. 대신, 냉장고는 크다.
“오늘은 뭘 먹을까나~?”
나는 퇴근 후 바로 주방으로 향한다.
냉동실 문을 열자 안이 빽빽하다. 지난번에 시켜 먹은 피자, 다이어트용 도시락, 닭가슴살 만두, 핫도그, 먹다 남은 떡볶이랑 아이스크림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봉지까지.
그 속에 파묻혀있던 삼각김밥 2개를 꺼내 봉지 끝만 살짝 뜯어 전자레인지에 돌린다. 참치 마요네즈랑 매콤 고추장소스의 무난한 조합. 네이버 스토어에서 2만 원 주고 14개 샀는데 그럭저럭 먹을 만하다. 땡, 다 데워진 삼각김밥은 식탁 위에 안 쓰는 종이 깔고 먹는다. 접시도 수저도 필요 없다.
“냠냠..”
유튜브에 샐러드와 생선 구이, 된장국, 반찬 3개에 밥이 차려진 여배우 밥상이 나온다. 그걸 보니 걱정된다.
“나의 몸뚱이야, 말해봐. 과연 이렇게 먹고살아도 괜찮은 거니? 후우...”
집에서 해 먹는 거보다 사 먹는 게 싸고 더 이상 음식을 직접 만들지 않아도 굶을 일이 없다는 건 참 다행이지만, 한편으로는 찜찜하다. 확실히 집밥 먹을 때와 간편 조리식을 먹었을 때 컨디션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밥을 해 먹자니 체력이 문제다.
일하고 오면 몸 안에 수저 하나 들 기운도 없다.
물론, 그럴 때 여배우 밥상과 똑같은 상을 차려내는 쉬운 방법이 있다. 전자레인지에 데워먹는 1인용 생선구이와 햇반 그리고 쇼핑몰에서 주문한 1인 반찬 세트와 컵국을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사면 한 끼에 1만 원이 넘는다.
냉동 삼각김밥은 2개에 3천 원이 안 된다.
“냠냠....”
힘들게 촬영하고 와서도 몸매와 커리어를 위해 제대로 된 저녁상을 차린다는 여배우 말을 들으니 삼각김밥이 영 맛이 없다.
“그냥 치킨 시켜 먹을 걸 그랬나?”
스트레스 지수가 조금만 높아져도 배달음식이 당긴다.
배달 어플을 켠다. 목요일밖에 안 됐는데 이번 주 주문 내역이 벌써 2개다. 초밥이랑 삼겹살이다. 하지만 나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음식 고르기에 집중한다.
“좀만 참자. 주말에 외식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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