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그럴듯하게 포장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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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뻑뻑해... 우물우물...”
일어나자마자 어제 택배로 받은 유산균을 입에 털어 넣는다. 분유 맛이 난다. 그 맛이 좋아서 먹는 건 아니다. 그냥 몸에 좋다니까 먹는다. 34살, 쉬는 날 아무것도 안 하고 자고 일어나도 온몸이 피곤하다. 이제 건강을 챙길 나이가 됐다.
유산균이 위장에 도달했을 때쯤 아침 식사로 빵을 먹는다. 출근하는 것도 바쁜 직장인에게 밥 차려 먹을 여유 따윈 없다. 오늘 메뉴는 어제 사다 둔 크루아상이다.
“비타민만 아니면 아무것도 안 먹고 바로 가는 건데.. 우물우물...”
빵을 먹은 후 바로 알약으로 된 비타민B와 액체로 된 비타민D를 섭취한다. 식후에 먹는 게 흡수율이 더 높다. 전자는 피로 회복에, 후자는 피로와 우울증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근데 이걸 먹어도 회사만 가면 너무 피곤하다.
결국, 커피가 없으면 살 수가 없다.
이미 피로 회복에 좋다는 걸 3개나 챙겨 먹었지만, 류나의 손에는 어김없이 1,500원짜리 커피가 들려있다. 100% 효과가 입증된 게 있으니 다른 건 안 먹어도 되지 않나 싶다가도 왠지 다른 걸 끊으면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여주인공처럼 다음날 폭삭 늙는 거 아닐까 겁이 난다.
“다들 식사하러 가시죠~”
“네~”
직원들과 함께 회사에서 식권을 대 먹는 백반집으로 향한다. 허름한 가게에 조미료 맛이 주전공이지만, 식권 1장에 5,000원이다. 이제 서울에서 이 돈으로 반찬 4개에 국 한 그릇, 밥 한 그릇 먹을 수 있는 곳은 없다.
“우왕, 그 오메가3 예전에 그 여배우가 공구하던 거죠?”
“네.”
식사가 끝나고 사무실로 돌아온 직원들.
류나의 루테인과 오메가3에 관심을 보인다. 루테인은 눈에 오메가3는 혈액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29살 때까지 이런 게 내 몸에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이제 보이지 않는 피까지 신경 써야 할 나이가 됐다.
“루테인 드시는구나. 저는 콜라겐 해외 직구해서 먹어요. 스위스꺼.”
“콜라겐 드세요? 저는 유기농 오메가4랑 히아루론산 먹는데 이렇게 먹으면 피부에 좋데요.”
“우왕, 저는 기존에 있던 거 다 버리고 서울대 나온 약사들이 만든 브랜드에서 영양제 5개 샀는데~”
직원 셋이 파우치에서 끊임없이 뭔가를 꺼낸다.
“이 콜라겐 맛있더라고요.”
‘저거 한 통에 7만 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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