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직도 연필을 세게 쥔다

#시 같지 않은 시

by Bome

책장이 누렇게 바랬다

십 년이 흘러서


난 아직도 연필을 세게 쥔다

뜸을 들인다


노래는 기억을 부르고

펜은 기억을 풀어낸다


여전히 시를 모른 채

시를 생각하고

글을 쓸 땐 숨을 느리게 쉰다


더 이상 누군가의 숨을 따라 쉬지 않아도

외롭다

그야 숨을 쉬고 있어서


연필을 세게 쥐는 이유는

연필을 잃어버릴까봐

글은 사라지고

연필만 남았잖아


연필에 눌린 손가락이 아픈 걸

놓친 후에야 깨닫는다


애써서 쉰 숨이,

이렇게도 가볍게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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