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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를 못 갈 뻔했던 나

저는 이런 성격이었습니다.

by 김아솔

2022년, 6학년 부장교사를 역임했다. 나를 포함해 4명의 교사들과 함께 했던 그해는 참 인생의 나름 밸런스가 있던 해였다. 해보고 싶은 것들도 해볼 수 있었고, 해야 할 것들도 주변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잘해나갔다.

하지만 알고 싶고, 일하고 싶은 영화산업에 있는 것이 아닌, 변두리에서 혼자 영화제작을 하는? 아니 영화제작을 한다는 느낌만 갖는 것은 아닌가 물음이 생기기 시작했고, 내 영화제작 역량에 내한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다시 캐나다로 돌아가기로.

그런데 항상 미리미리 준비하지 못하는 성격 때문인지, 낙천적인 성격 때문인지, 현재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성격 때문인지, 주변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들을 계속 쫓고 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주 단순한 비자 발급에서 시간이 지체되었다.

유학원을 통해 문의했을 때 빠르면 일주일이면 나온다고 했다. 그래서 그것을 계산하고 12월 초에 연락을 드렸더니 "불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무슨 일인가 봤더니 캐나다는 12월 말부터 1월 초까지 긴 연휴 때문에 공공기관의 일 처리가 아주 늦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때만 해도 나는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 항상 극단적으로 상황을 나쁘게 묘사하지만 실제로는 더 좋은 것처럼, 유학원도 '된다'라고 했다가 안 되는 것보다는 '안 된다'라고 했다가 되는 것이 훨씬 이롭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문제가 생기더라도 이의제기하지 않겠다"라고 말씀드리고 작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더 생겼다. 비자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내 여권을 갱신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다행히 모든 문서 처리가 빠른 대한민국에 살고 있어서 극단적이지는 않았지만, 추가로 일주일이 더 소요되는 상황이었다.

유학원은 딱 잘라 말했다.

"아솔님, 비자 발급 안 됩니다. 한 달 전에 보낸 것도 지금 안 되는데, 지금 보내도 늦을 판에 여권 갱신으로 일주일 뒤에 신청하는 것은 안 됩니다. 무조건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제 경험상 이것은 안 됩니다."

비자가 그냥 되는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도 가본 적이 있지만 그 사이에 바이오메트릭스라고 신체검사까지 해야 했다. 그리고 그것은 지정병원에서 받아야 하는데 내가 살고 있는 광주에는 없었다. 그리고 예약을 해야 했다.

하아…

나는 유학원 실장님께 실시간으로 필요한 정보들을 보내고, 필요하다고 말씀하시는 정보들을 만들러 돌아다녔다. 그리고 학교에 상황을 설명하고 연차를 내서 서울 세브란스 병원에 갔는데, 아뿔싸…

연세 세브란스 병원 프런트데스크에서 내 예약이 안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시 예약을 하고 다른 날에 와야 한다고 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지금 검사를 끝내고 결과를 받아도 될까 말까 하는데, 다음에 예약을 잡고 다시 서울에 온다는 것은 비자 발급이 물 건너가는 것이었다.

핸드폰으로 다시 예약 내역을 확인했다. 허걱.

그랬다. 내가 실수했다. 나는 강남 세브란스 병원에 예약을 한 것이었다. 이미 늦었다. 내가 그곳에 간다면 이미 예약 시간이 늦어서 검사를 받을 수가 없다. 나는 내 앞에 있는 간호사분께 사정을 설명했다.

하늘이 한 번 도왔다. 간호사분께서 스케줄표를 보더니 대기하고 있다가 혹시 예약 후 노쇼하는 환자가 발생하는 경우 편의를 봐주겠다고 하셨다. 나는 바로 "알겠습니다"라고 했고, 생각보다 일찍 나는 검사를 무사히 받을 수 있었다.

신체검사 관련 결과가 나오면 자동으로 비자 신청이 되는데, 나는 1월 7일 출국 예정인데 12월 27일에 비자 신청을 했다. 하지만 이미 베팅을 했다. 영화학교에 다시 재학하겠다고 등록금도 냈고, 비행기표도 이미 샀다. 환불이 되는지 확인도 안 했다.

그렇게 2022년 12월은 나에게 무자비했다. 하지만 캐나다 관련해서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살 수는 없었다. 나는 6학년 학년부장교사이자 담임교사였다. 이 말인즉슨 졸업식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졸업식은 2023년 1월 6일 금요일, 출국일은 1월 7일 토요일. 그리고 현재 비자 발급은 안 나온 상황.

12월 27일 이후부터 조금 과장해서 '피가 마른다는 표현이 이건가' 싶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마음이 후련했다. 캐나다와 관련해서 내가 할 일은 끝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없었다. 졸업 준비도 하고, 교실 정리도 하고, 무엇보다도 내 집 정리를 해야 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비자 발급 메일은 나에게 오지 않았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발을 동동 굴렸다. 그렇다고 유학원에 따질 수는 없었다. 원래부터 안 된다고 했었으니까.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예전에 우연찮게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갈 때 만났던 미국인 친구 Dan이 생각났다. 인도 대사관에서 일하는 미국인 친구인데 혹시나 비자 관련해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했다. 나는 바로 내 상황을 설명하는 장문의 글을 인스타그램으로 보냈다.

그 친구가 나에게 바로 답변했다.

"Call! Call! Call! Email! Email! Email!"

나는 그 말을 듣고 바로 캐나다 비자 홈페이지를 열어 보이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아쉽게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캐나다 휴일 기간인가… 평소에는 여유로워 보이고 좋아 보이는 캐나다의 여유로운 휴일들이 야속하고 얄미웠다.

나는 눈에 보이는 모든 이메일에 글을 써서 보냈다. 내 상황을 설명하고 "이 이메일을 읽는다면 담당자에게 제발 전달해 주세요"라고 말이다. 나에게 아주 중요한 상황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어필했다. 그날은 2023년 1월 5일 목요일이었다.

2023년 1월 6일 금요일 아침에 눈을 떴다. 그날은 광주광역시 매곡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의 졸업식이 펼쳐지는 날이다. 나는 핸드폰을 살폈다. 뭔가 새로운 이메일이 왔다.

비자가 승인되었다는 메일이었다.

아, 됐다.

그렇게 나는 비자를 승인받았고, 학교에서 졸업식을 무사히 치렀으며, 토론토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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