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dus

by 구찬우

아침식사를 하며 부모님께 잠들기 전 나의 결정을 말씀드렸다.


“저, 여름방학에 나 혼자 여행을 떠나고 싶어요.”


“그래. 멋진 계획이구나. 어디로 갈 생각이니?”


“파리요.”


나도 놀란 대답이었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하지 않았었다. 내가 정한 건 ‘아주 멀리’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내가 왜 파리를 대답했는지 나도 알지 못했다. 대답이 늦어졌다면 나의 결정이 진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게 될 거 같았다.


“저런...”


엄마의 한마디는 어떤 의미였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어진 엄마의 말은 중학생인 자식이 혼자 해외로 그것도 먼 곳으로 여행하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 내가 한번 알아볼게. 식사하렴.”


엄마의 대답은 명료했다.


“네.”


너무나 짧은 대화였다. 우리는 대화를 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고 그 과정 속에서 나는 나의 여행지를 섣불리 결정해버리고 말았다.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이렇게 결정되어 버린 것이 나에게는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정말 내가 원한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대답하기 힘들었지만, 만족하는 결과인가?라고 묻는다면 꽤나 괜찮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다. 도이는 나에게 많이 커서 돌아오라고 했다. 어쩌면 그곳에서라면 나도 많이 커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방학을 시작한 첫날, 나는 파리에 대해 공부했다.


늦은 저녁이 되어서 늘 그렇듯 부모님은 함께 집으로 오셨다. 나 또한 늘 그랬듯 방을 나가 가벼운 인사를 하였다.


“잘 있었니? 뭐 하고 있었어?”


평소에는 없었던 질문에서 생경함 느낌을 받았다.


“파리에 대해 공부하고 있었어요.”


“그랬구나. 잠깐 식탁으로 와보렴.”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엄마의 표정이었다. 나는 엄마를 따라 식탁으로 가 맞은편에 앉았다. 엄마는 몇 가지 전자 서류들을 보여주셨다. 청소년 해외방문에 따른 부모동의서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오늘 아침 식사 시간에 얘기한 것들의 준비를 모두 해오셨다. 나의 해외여행은 이제 무를 수 없는 계획이 되어버렸다. 이때 난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있었다.


“파리에 비행기로 가고 싶니? 아니면 기차를 타고 가고 싶니?”


“기차로 가보고 싶어요.”


엄마의 동공에서 예상 밖이라는 반응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표정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그래, 기차로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언제 가고 싶어?”


“가능한 한 빨리 가면 좋을 거 같아요. 기간은 2주일 정도면 좋을 거 같아요.”


“알았다. 그래. 준비해 둘 테니 들어가 보렴.”


엄마는 늘 지으시던 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저... 저 혼자 여행 가는 거에 대해 반대하시진 않으세요?”


나는 궁금했었다. 미성년자가 혼자 해외여행을 한다는 얘기를 사실 들어본 적이 없었다. 불가능할 거 같진 않았지만 나는 아직 중학생이었기 때문이었다. 하물며 나는 해외에 나가본 적이 없었고 여행이라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일사천리로 준비해 온 엄마가 어떤 마음인지 알고 싶었다.


“아니, 반대할 수 없어. 이건 태오가 태어나 처음으로 나에게 부탁한 일이니까.”


그랬다. 나는 누군가에게 요구하고 부탁할 줄 몰랐었다. 부족함이 없었던 걸까? 아니면 결핍에 익숙했던 걸까? 어쩌면 둘 다 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네, 고마워요.”


나도 늘 지어 보이던 웃는 표정을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방 밖에서는 엄마가 AI비서에게 파리행 기차와 호텔 숙박을 예매하는 소리가 들렸다. 호텔은 반드시 부모 동의서가 있다면 청소년 혼자 숙박 가능한 곳이어야 한다고 했다. 가상 모니터에는 이전까지 보고 있던 파리에 대한 내용들이 멈춰 떠 있었다. 나는 한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마치 급류에 떠내려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부모 동의서에 적혀 있던 파리 방문 목적이 신경 쓰였다.


‘루브르 박물관 견학’


나와 얘기한 적 없었지만 출입국에 가장 용이한 목적이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의 출국일자는 7월 10일로 정해졌다. 2주간의 여행을 준비해야 했지만 좀처럼 마음을 잡을 수 없었다. 명확한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과연 2주간 도이의 말처럼 많이 커서 돌아올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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