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손끝만이 그것을 기억할 뿐이다.
손가락 끝이 여전히 당신의 이름을 기억한다.
습관처럼 펜을 든다.
종이에 잉크가 번지고, 글자가 나타난다.
생각보다 먼저 손이 움직인다.
감정 없이 기억에 남는 동작일 뿐이다.
이름을 다 쓰면 손끝이 잠시 멈춘다.
이건 미련이 아니라 반사다.
잉크가 내 손가락에 묻는다.
닦아내도 자국이 남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색이 바라고,
감촉은 그대로다.
나는 더 이상 그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오직 손끝만이 그것을 기억할 뿐이다.
기억은 머리가 아니라, 피부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