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기를 틀면 목소리가 흐려졌다.

음성은 공기 속으로 흩어졌다.

by 이브 Eve

녹음기를 틀면 목소리가 흐려졌다.


지지직거리는 소리 사이로

당신의 웃음이 끊기고 이어졌다.

단어는 절반쯤 부서졌고,

음성은 공기 속으로 흩어졌다.

무엇을 말하고 있었는지,

이제는 알아들을 수 없다.


나는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볼륨을 조금씩 높였다.

그러나 높일수록, 잡음만 커지고

목소리는 이미 그 아래 묻혀 있다.


기억이 희미해지는 일보다

기억하려는 나 자신이 더 낯설다.

소리를 붙잡으려는 순간마다

손끝에서 공기가 새어나갔다.


녹음이 끝나면, 방 안은 조용했다.

남은 것은 공기 속의 미세한 진동뿐.


사랑의 마지막은,

볼륨이 줄어드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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