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사라지면 너도 사라지니까.
사람이 떠나면 그림자만 남게 된다.
오후의 태양이 벽에 기울어질 때,
그림자는 천천히 늘어나,
방의 절반을 덮는다.
나는 그 그림자를 '너'라고 부른다.
모양이 흐릿하고 따뜻하지 않지만,
이 방에 유일하게 남은 존재니까.
커튼을 닫을 수가 없다.
빛이 사라지면 너도 사라지니까.
하지만 그림자를 보더라도
별다른 감정은 들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그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해 줄 뿐이다.
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울어지고,
저녁이 되면 바닥에 완전히 녹는다.
그 순간조차도 익숙하다.
남은 것은 벽에 있는 빛의 얼룩뿐이다.
사람은 사라지고, 그림자도 사라진다.
나는 그 그림자와 함께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