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이 그 자리를 확인하고, 눈이 그 자리를 지난다.
식탁 위엔 늘 투명한 컵 하나가 남아 있었다.
손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고,
물은 반쯤 채워져 있다.
닦을까 싶다가도, 그만둔다.
매일 아침,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컵을 통과할 때,
그 속에서 작은 파동이 일었다.
물은 움직이지 않는데,
그 안에서 무언가 살아 있는 듯 흔들렸다.
이제는 습관이 되었다.
손끝이 그 자리를 확인하고,
눈이 그 자리를 지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그래도 확인한다.
당신의 숨결이 남았다고 믿는 건 아니다.
다만, 없어졌다는 증거도 없을 뿐이다.
사랑은 증발하지 못한 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