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에 김이 서리고, 손끝으로 닦아낸다.

그 얼굴이 나라는 사실이 이상하게 편안하다.

by 이브 Eve

이제는 내 눈을 피하지 않는다.


거울 속 얼굴은 피곤하고,

눈 밑엔 그늘이 있다.

하지만 낯설지 않다.


오랫동안 외면해 온 건,

그 얼굴이 아니라 그 안의 나였다.

이제는 그마저도 숨지 않는다.


눈동자 속에 비친 나는

살아 있고,

지쳐 있고,

그저 존재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건 고백이 아니라,

확인의 순간이다.


거울에 김이 서리고,

손끝으로 닦아낸다.

희미한 얼굴이 다시 드러난다.

그 얼굴이 나라는 사실이

이상하게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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