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래, 도대체 왜 왈왈거리는 거야?"
우리 집 막내 치와와 '히튼'이 꼬리를 바짝 세우고 앙칼지게 짖자,
아내가 짜증 가득한 한숨과 함께 짖어댔다(?).
전날 밤샘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나는 몸이 돌덩이처럼 무거워 방에서 잠들어 있었다.
정확히 무슨 일인지도 모르는 잠결에, 아내의 목소리가 바늘처럼 날카롭게 궛가에 박혔다.
"아, 진짜 왜 이렇게 짖어대! 짜증 나게!"
압력밥솥 추가 격렬하게 흔들리며 김을 뿜어내듯, 울컥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참지 못하고 투덜댔다. 강아지의 '왈왈'거림도, 아내의 날 선 목소리도 모두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카톡 알림처럼 머릿속을 쾅쾅 울렸다. "아우, 제발 그만!" 나도 모르게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쓴 채 뭉개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일 년째 함께 살고 있는 두 단모 치와와, 테리와 히튼. 짧고 매끄러운 털은 우유처럼 뽀얗고, 쫑긋 선 귀는 두 녀석의 매력 포인트다. 호기심 많은 테리는 집안 곳곳을 누비며 처음 보는 물건만 보면 냄새부터 맡는 반면, 히튼은 천생 겁쟁이다. 작은 소리에도 화들짝 놀라 숨기 바쁜 녀석은, 숨을 곳이 없으면 발라당 배를 보이며 꼬리를 흔든다. 아내는 그런 히튼을 보며 '백치미'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이 두 녀석은 치와와가 아닌 듯하다. 성격은 곰인데 덩치만 치와와일 뿐이다. 치와와 하면 으레 자기보다 몇 배는 큰 맹견에게도 짖으며 덤벼드는 앙칼진 깡으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치와와 어택'이라는 말이 있을까.
조금만 기분이 상하면 눈에 핏발이 서고, 뾰족한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르르' 위협한다. 주인이고 뭐고 당장이라도 물어뜯을 기세다. 하지만 테리와 히튼은 단 한 번도 으르렁거린 적이 없다. 도(道)를 수십 년 닦은 수도승처럼 테리는 좀처럼 짖지 않고, 쫄보 히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유독 그날따라 히튼이 왈왈거렸다. 하지만 그 누구도 히튼이 짖는 이유에는 관심이 없었다.
단지 그 소리에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반응할 뿐이었다.
아내는 꼬치꼬치 이유를 따졌고,
나는 잠결에 그 꾸짖음마저 또 다른 짖음이라 여겼다.
게임에 몰두하던 아들은 이어폰을 낀 채 'I don't care!'라고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유일하게 막내딸만이 히튼이 왈왈거리는 이유를 찾으려 애썼다. '엄마, 나 때문에 그런 것 같아'라고 말하며, 자기가 강아지를 놀라게 한 게 아닌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강아지를 바라보았다.
딸아이의 '나 때문이야'라는 한마디는 심드렁했던 내 마음을 뚫고 들어와 차가운 물줄기처럼 번져 나갔다. 그 순간, 내 속에서 부글거리던 짜증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었고, 아내의 꾸짖음도 안개처럼 희미해졌다. 마치 성난 파도가 치던 집이 순식간에 고요한 바다가 된 듯했다. 이 모든 것을 잠재운 그 한마디는 꼬일 대로 꼬인 관계를 푸는 마법의 열쇠 같았다.
만약 내가 막내딸이었다면, '내 탓이오'라고 용기 내어 말할 수 있었을까?
놀란 강아지의 마음을 먼저 헤아릴 수 있었을까?
기분이 나쁘면 맛집에 별점 테러를 하고, 내 생각과 다르면 우르르 몰려가 비난 댓글을 쏟아내는 세상.
남 탓이 자연스러운 문화 속에서 '나 때문이야'라고 말할 용기가 내게는 없어 보였다.
그 순간, 이미애 작가님의 책 <탕비실>의 한 글귀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누군가를 싫어하는 건 쉽지만 정말로 알아보려고 노력하는 건 어렵다.
그리고, 그저 소음이라 치부하며 짜증만 내고 있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