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밤 10시 반, 우리 집에는 파티가 열린다. 파티라고 해봐야 맥주에 간식거리가 전부인 조촐하고도 조촐한 파티다. 하지만, 시끌벅적함은 그 여느 파티 못지않다. 멤버는 총 4명. 아내와 나 그리고 딸과 아들, 고정멤버다.
아내는 타 지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출퇴근이 여의치 않아 주말부부로 지내며 아내는 매주 금요일 저녁 집에 돌아온다.
딸은 대학 신입생이지만 본인이 원하는 과에 진학하고자 수능에 재도전 중이다. 매일 아침 독학재수학원에 갔다가 밤 10시에 돌아온다. 우리 집 실세다.
고1인 아들은 대한민국의 전형적인 아들로 과묵하다. 불필요한 말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주중에 독박 육아를 하고 있는 중년의 직장인이다.
이런 4명의 가족이 '판타스틱 4'가 되어 매주 금요일 조촐한 파티를 연다. 평소 활발하고 조잘조잘 얘기를 잘하는 성격의 딸이지만, 공부의 압박에 급격히 말수가 적었던 딸의 입이 봉인 해제되는 순간이다. 하이톤의 웃음소리가 거실 한가득 쩌렁쩌렁 울린다.
<파티라고 해봐야 맥주와 과일, 그리고 간식거리가 전부다>
과묵한 아들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앉는다. 물론 간식거리의 유혹을 참을 수 없을 터이다. 평소에는 "응", "아니"의 단답형의 아들이지만 이때만큼은 아들의 학교생활, 심지어 친구와 선생님 얘기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아내도 한 주간 못다 한 회사 이야기를 쏟아낸다. 마치 무인도에서 일했던 사람처럼.
11시 반. 아들이 먼저 제 방으로 들어간다. 우연이겠지만, 간식거리가 떨어지는 딱 그 시간이다. "No 간식 = No 대화"의 공식이다. 그리고 자정. 회사에서 긴 하루를 보내고 기차역에서 아내를 픽업한 나는 피곤에 지쳐 침대로 기어들어간다. 하지만, '수다 영역'에서만큼은 무한대의 에너지를 뽐내는 두 여자는 새벽 2시까지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안방 침대에서도 거실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소리와 가끔은 괴성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딸의 웃음소리에 쉽사리 잠들지 못한다. 간간이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아 귀가 간지럽고 반박하고 싶지만 도저히 피곤해서 침대 밖을 나서지 못한다. 그러다 스스륵 눈이 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