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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의 힘 Oct 03. 2022

육아의 끝은 어디인가

쉽지 않은 육아지만 행복한 육아

"아기가 이제 머리를 가누기 시작했어요."

"아기가 기어 다니려고 해요."


나는 젊은 아기 아빠와 일하고 있다. 이제 7개월 남짓 된 남자 아기다. 업무에 치이다가 아기의 재롱이 담긴 동영상이나 사진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그중 한 동영상에 유독 눈이 간다.

화면 속, 엄마는 아기의 조그마한 입에 조그마한 숟가락으로 부지런히 이유식을 나르고 있다. 처음 몇 번 잘 받아먹던 아기는 본인이 원하던 맛이 아니었던지 이내 혀로 밀어내며 거부한다.

하지만, 엄마는 손놀림을 멈추지 않는다. 아기의 혀가 입 속으로 들어가는 틈을 노려 재빨리 이유식을 재차 밀어 넣는다.

그러자 아기가 얼굴에 잔뜩 힘을 주기 시작한다. 심기가 불편하다는 뜻이다. 그리고는 누가 봐도 울음을 터트릴 준비를 한다. 때가 되었다고 느낄 때, 단전에 모았던 힘을 최대치로 한 번에 터뜨린다.

"으아앙~~~". 그렇게 아기는 울기 시작한다.
<첫 이유식을 먹는 바로 그 아기. 허락 받고 올립니다. ^^>


화면 속의 아기는 울지만, 내 얼굴은 온통 환해진다. 귀엽고 사랑스러워서다.  


하지만 정작 아기의 엄마, 아빠는 육아가 쉽지 않다. 배가 고플 때, 아플 때, 화날 때, 기저귀를 갈아야 할 때, 심지어 단순히 안겨있는 자세가 불편할 때도 아기는 울어재낀다. 울음의 강도와 빈도, 그리고 특유의 찡그림으로 추측만 할 뿐이다.


의사소통이 안되기에 아기를 달래는 일은 어진간한 인내심으로는 부족하다. 남자 아기라 무게도 제법 나가니 더욱 그럴 테다. 지나고 나면 그때가 그리워지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육아가 힘에 부치는 듯하다.


그렇다면 20살의 딸과 17살의 아들을 키우고 있는 나는 어떠한가?


나의 육아는 한 살배기 아기의 그것에 비해 장점이 많다.


우선, 어디가 아픈지, 무엇을 먹고 싶은지, 그리고 어떠한 잔소리를 싫어하는지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안아달라고 칭얼대거나 잠투정을 하지도 않는다. 물론 기저귀를 갈아줄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한 살배기 아기를 키우는 것보다 수월한가?


꼭 그렇지는 않다. 원초적인 욕구만 만족시켜주면 되는 한 살배기 아기와 달리 20살, 17살 아이들의 욕구는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입 수험생이 되거나 시험기간이 되면 집안에서의 역학관계에 본질적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우선, 수능을 앞둔 수험생은 이유불문, 집안 내 서열 1위가 된다. 그리고 시험을 앞둔 아이라면 그다음의 서열을 이어받는다.


우리 집이 딱 그렇다. 우리 집의 서열 1위는 딸이다. 작년 말 대입에 성공한 후 그 순위가 4위로 급전직하 떨어진 적도 있지만, 딸은 올봄 수능 재도전을 선언했고 바로 서열 1위를 되찾았다.


고1인 아들의 서열은 변동적이다. 시험기간에 2위로 올랐다, 시험이 끝나면 4위로 밀려난다. 물론 고3이 되면 확고부동 1위가 될 것이다. 아무 의미가 없는 남은 두 개의 순위는 아내와 나의 몫이 된다.  


그러한 아이들을 돌보기 위한 나의 육아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나의 주요 육아 활동은 '운전하기'.


주중 아내 없이 독박 육아 중인 나는 매일 아침 7시 25분 두 아이와 함께 집을 나선다.


우선, 딸을 12분 거리의 독학재수학원에 내려준 후, 아들을 학교까지 태워준다. 집에서 버스를 타면 한 시간은 족히 걸리는 곳으로, 딸의 목적지에서 20분이 추가로 소요된다.


그리고 매일 밤 10시. 나는 딸을 독학재수학원에서 픽업한다. 버스가 드문 곳이기도 하거니와 힘든 수험생활을, 아빠가 함께 한다는 그래서 혼자가 아니라는 정서적 지원을 주기 위해서다. 덕분에 요즘 술을 거의 끊다시피 했다. 건강도 챙기니 일석이조다.


이게 끝이 아니다. 주중 퇴근 후 이틀과 매주 일요일, 아들을 학원에 실어 나른다. 하필 학원버스를 운행하지 않는 학원에 다니기 때문이다. 주중 두 번 하는 빨래와 청소, 그리고 매일하는 설거지는 덤이다.


나는 내 아이들이 아기였을 때를 종종 그리워하곤 한다. 천사 같은 모습에 해맑은 웃음. 그때로 딱 하루만이라도 돌아가서 실컷 안아주고 뽀뽀하며 놀고 싶다.


<지금은 고1인 아들의 3개월 때 모습. 이 때로 하루만이라도 돌아가고 싶다.>


그 시절 나의 육아가 힘들지 않아서가 아니다. 아마 지금 젊은 아빠의 육아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단지 시간이 지나, 힘든 기억은 희미해지고 즐겁고 사랑스러웠던 추억의 잔상이 더 진하게 남았을 뿐.


20살, 17살 두 아이의 주중 독박 육아도 그럴 것이다. 그러기에 난 이 순간을 그리워할 것이다. 10년 후 그리고 20년 후, 아이들과 부대끼며 치열하게 육아를 했던 오늘을 나는 소망할 것이다.


비록 쉽지 않은 육아이지만 행복한 육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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