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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알게 해 준 너

'사랑'이라는 말로도 모자라요

by 도토리

나는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부모님의 다투는 모습을 본 적이 없지만 애정을 표현하는 모습도 본 적이 없다. '사랑한다'라는 다소 낯간지러운 말이나 뽀뽀 뿐 아니라 그 흔하디 흔한 손잡는 것조차도. 부부끼리도 그랬지만 자녀에게도 그랬다. 그렇다고 우리 부모님이 우리를 사랑하지 않으신건 아니다. 그건 확실하다. 다른 방법으로 나와 내 동생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저 무뚝뚝한 경상도 사람으로서 그런 행동들이 어색하고 부끄럽게 느껴지셔서 안하셨을 뿐


이러한 가정분위기 속에서 자란 K-경상도장녀인 나 역시도 '사랑'이란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는, 글자로만 적을 수 있는 낯간지러운 단어로 여기며 살아왔다. 엄마아빠에게 뽀뽀를 받아본 적이 없으니(아마 아주 어릴땐 있었겠지만 내 기억이 생생한 나이부턴 없다) 뽀뽀를 어떻게 하는건지 모르겠더라. 연애할 때 이게 맞나 긴가민가해서 조금 난감했다. 사랑표현이 적어 상대가 섭섭해할 때도 많았다.


그러던 내가 요즘은 매일 '사랑'이란 단어를 달고 산다. 아침에 일어나면 첫째, 둘째에게 잘잤냐고 인사하며 사랑한다 말하고 잠자기 전에도 오늘 하루 수고했다하며 사랑한다 말한다. 그 사이사이에도 수시로 '사랑해'를 남발하며 뽀뽀를 마구마구 갈기는 나. 생각해보니 참 많이 변했구나. 조리원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하루종일 응애응애 귀가 아프게 울어대던 신생아시절까지만 해도 사랑이란 느낌이 나지 않아 나는 모성애가 없는거 같고 나쁜 엄마인거 같아 죄책감 가지곤 했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된걸까?


우리 엄마는 환갑이 된 지금까지도 육아 힘들다, 아프다는 소리만 들리면 딸 걱정에 한달음에 진주에서 부산까지 달려온다. 다음날 출근이라 새벽 차를 타고 진주로 돌아가는 일이 있더라도 그렇게 오신다. 딸 고생시키는 손자, 손녀를 흉보면서 말이다. 나도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다 커서도 그러려나? 지금처럼 쭉 사랑하려나? 흔히들 연애에 있어 사랑의 유효기간이 3년이라는데 자식 사랑은 그런게 없나보다.


경험해보니 '내리 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 라는 속담이 딱 맞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다소 오글거리는 문장이지만 말 그대로 내게 사랑을 알게 해 준 건 우리 아기들이다. 자고 있는 모습만 봐도 왠지 마음이 찡하고 눈물이 나온다. 왜그런지 모르겠다. 너무 사랑해서 감정이 주체가 안되나? 아니면 그저 출산 후 호르몬 변화 때문에 그러는 걸까. 나의 첫사랑인 첫째와 끝사랑인 둘째. 두 아기들 옆에 누워 보초를 서며 이 글을 써본다. 부디 오늘은 나의 사랑스러운 아기들이 아프지말고 무서운 꿈도 꾸지 말고 코코 잘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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