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를 철저하게
"책 이야기 좀 하자"
엄마랑 같이 팟캐스트 방송을 하면서 엄마가 이렇게 강하게 의견을 낸 건 처음이었다. 아들이 하자는 대로 모든 걸 수용할 것만 같았던 엄마도 책 이야기가 적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번에 선정한 <꽤 낙천적인 아이>를 읽긴 읽었지만 책이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컨디션 난조
내가 즐겨보는 한 유튜버 부부와 다른 출연자 총 셋이 매주 유튜브를 업로드한다. 업로드 날짜에 남편이 자신의 개인 채널 공지에다가 "몸이 안 좋아서 이번 업로드는 없습니다"라고 남겼다. 하지만 아내와 다른 출연자 둘이 촬영해 유튜브를 업로드했다. 아내는 유튜브 방송에서 "최근에 남편과 싸워서 사이가 좋지 않다. 그래도 나는 구독자와의 약속이기 때문에 촬영하러 왔다"며 속사정을 밝혔다. 이후 방송에서 남편은 유쾌한 마음으로 촬영을 할 자신도 없고 아내랑 같이 한 공간에 있는 불편한 기색이 시청자한테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도 싫어서 거짓말을 했다고 밝혔다.
유튜버 부부에 관한 에피소드를 꺼낸 이유는 연예인들이나 스트리머가 정말 대단하다고 다시 한번 느꼈다. 본인의 컨디션이나 심리 상태를 최대한 티 내지 않고 방송을 하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요즘에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자세히 밝히기는 어렵지만 요즘 심리적으로 안정적이지가 않아 책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분명히 읽고 있는데 몰입도 잘 안되고 잡념이 자꾸 떠올랐다. 그렇다고 책이 어렵다거나 취향이 크게 다르지도 않았다. 책에 대한 집중이 잘 되지 않았기에 책 내용 준비가 부족했다.
엄마의 준비성
엄마는 동생의 중고거래 사기를 당한 사연을 이야기했다. 동생은 고액의 노트북을 싸게 사려고 했으나 물건은 오지 않았고 엄청 힘들어했다는 후문이다. 나는 잘 몰랐던 이야기인데 엄마는 동생에게 "사지 말라"라고 말리기도 했으며 사기를 당한 이후에도 위로를 해줬다고 한다. 모녀지간의 돈독해지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또 엄마는 나의 흑역사 이야기를 방송에서 꺼냈다. 초등학생 때 사촌형 따라서 밤을 따려고 돌을 던지려다가 본인이 던진 돌을 피하지 못하고 이마 옆에 맞은 기억이다. 심하게 다친 바람에 꿔 맸던 걸로 기억을 한다. 지금도 꿰맨 자국이 있을 정도로 심하게 다쳤지만 30년도 더 된 기억이기에 까먹고 있었다. 엄마가 그 이야기를 꺼내준 덕분에 추억을 떠올리면서 새어 나오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봤는데 기억이 안 나요
방송을 마무리하려는데 엄마는 책 내용 중에 인상 깊은 장면을 이야기했다. 우산 할아버지가 주인공에게 하는 말을 가슴에 와닿았으며 그 말 한마디로 인해 사람의 인생이 달라진다고 이야기했다. 책 내용에서 끝나지 않고 실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상황을 설명하면서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정말로 나보다 엄마가 더 말을 잘하는 걸까?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인정해야 될 것만 같았다.
말을 하면 할수록 화법이 는다고 했던가. 말이 많은 엄마는 말을 더 잘하기 위해 유튜브도 찾아보고 대화를 잘하는 책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엄마는 방송을 위해 발전하는데 아들은 심신 미약이라는 핑계로 책을 집중해서 읽지도 않고 준비가 미흡했다. 오죽하면 엄마가 준비했지만 미처 말하지 못한 내용을 방송 말미에 말했을까. 다음부터는 책에 대한 내용을 충실히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10회를 마치고
우여곡절 끝에 10회까지 방송을 했다. <신의 일요일>, <불편한 편의점>, 연극 <불편한 편의점>, <아무튼 라디오>, <토마토컵라면>, <혼모노>, <자몽살구클럽>, <몸 좀 쓰면 어때>, <편의점인간>, <꽤 낙천적인 아이> 등 9권의 책과 1편의 연극을 봤다.
문득 든 생각이지만 이전까지 봤던 책을 평가 하거나 순위도 매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무해한 엄마가 반대할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책에 대해 신경을 쓰이거나 작가들이 보면 기분 나빠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줄 세우기 콘텐츠에 절여진 나를 반성하게 됐다.
다음 주부터는 엄마도, 나도 현생이 더 바빠질 예정이라 콘텐츠 주기가 길어질지 않을까 예상된다. 책이 아니더라도 연극이나 영화처럼 다양한 콘텐츠를 보고 후기를 남겨보는 식도 생각해보고 있다. 어머니가 가고 싶다는 싸이 흠뻑쇼 제외하고 엄마와 아들이 함께 하면 좋을 것 같은 거 추천해 주시면 적극적으로 반영할 테니 많은 의견이 왔으면 좋겠다.
https://youtu.be/epMkBX2JZ3Q?si=MoyrAp51o-mWReFZ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93055/episodes/251775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