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 담백하게
"엄마! 방송을 듣는 사람들은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면 오히려 공감하고 좋아해"
이번에 선정한 책 <자몽살구클럽>은 상처가 많은 10대 들이 자살과 생존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주제가 무겁다보니 과거 힘든 시절 이야기를 꺼낼 수 밖에 없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항상 긍정적이고 희망찬 미래를 좋아하는 엄마는 자신의 아픈 이야기를 숨긴다. 엄마는 팟캐스트 방송에서도 어린 시절 가난을 고백하기 싫어했다. 책 <자몽살구클럽>에 나온 인물들은 자신의 아픈 상처를 '자몽살구클럽'에서 치유받는다. 엄마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는지 녹음 전에 물었다.
엄마는 과거 힘들었던 기억이 있지만 "힘들었던 게 너무 많아 언급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힘들었을 때를 이겨낼 수 있었던 건 형제들"이라고 말했다. 다복한 집안에서 태어난 엄마는 위로는 언니가 2명, 아래로도 동생이 2명이나 있다.
나의 설득이 시작했다. "엄마, 힘든 건 말 안 하고 힘든 걸 극복한 것만 말하면 좀 이상하지 않아? 힘든 거 하나정도는 말해줘야 형제들이 많아서 극복할 수 있었다. 이게 말이 되지 않겠어?"라고 꼬드겼다. 엄마는 고민하더니 서너 개 에피소드를 내 앞에서 이야기해 줬다. 그 중 가장 임팩트 있는 에피소드가 하나가 방송에 나온다.
설명 못하는 엄마와 이해력 낮은 아들
엄마가 나에게 가장 먼저 이야기해 준 에피소드가 있다. 어릴 때 공통적인 학교 가방이 있었다. 근데 그 가방이 뜯어지는 바람에 창피해서 엄마가 돈을 모아 새로 샀다. 그다음 날 뉴스에 '가방 자율화'가 되었다. 엄마는 눈물이 핑 돌아서 그 가방을 던졌다고 한다.
가방 자율화에 대한 개념이 난 이해가 잘 되지 않았을뿐더러 그게 그렇게 화날 일인가 싶었다. 어차피 새로 산 가방이고 남들이 다 다른 가방 메고 다녀도 창피함인지 이해가 잘 안 갔다. 아들과 엄마는 서로를 답답해하며 이야기를 서로 두 세번 주고받은 뒤에야 엄마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엄마가 설명을 좀 더 잘해주길 바랬고 엄마는 아들이 이해를 좀 해주길 바랬다. 나도 이해가 잘 안가는데 방송을 듣는 사람은 한번에 이해가 안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이야기는 방송에 쓰지 않기로 했다. 나중에 엄마는 아버지와 동생 앞에서 똑같이 이야기를 했는데 다들 이해를 했다. 나만 이해력이 낮은걸로 판명이 났다.
말하지 못하는 별점
엄마는 책을 보고 있을 때에는 그 감성을 공유하고 싶어 한다. 같이 밥이 먹을 때마다 "이번에 읽은 책 너무 재밌어. 어떤 부분이 어떻고 저렇고"라고 말하면서 스포 아닌 스포를 하려고 한다. 이번 책 <자몽살구클럽>도 비슷했다. 엄마는 "이 책 너무 슬퍼. 눈물이 막 나오고 아들, 딸 모두 생각이 나네" 이러면서 감동을 많이 받았다.
방송을 앞두고 내심 엄마가 <자몽살구클럽>을 <불편한편의점> 만큼이나 재밌게 봤을지 기대했다. 하지만 방송 전부터 엄마는 결말이 조금 아쉽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돌이켜보면 화제가 된 드라마 <스카이캐슬>, <재벌집막내아들>도 결말에 너무 실망한 시청자들은 명작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방송 중 엄마에게 "이번 책 별점은 5점 만점 중 몇 점인가요?" 물었더니
엄마는 대답하지 못하고 웃음으로 무마했다. 차마 엄마는 낮은 별점을 말하기 싫었나보다. 한로로 작가가 들으면 기분 나쁠까봐 말하지 않는 엄마의 배려심이 느껴졌다.
방송감
사전에 엄마에게 미리 주제를 공유하긴 하지만 엄마가 제때 말을 못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엄마는 당황하거나 말을 못 할 경우 손짓을 줄 테니 그때는 내가 말하라고 신호까지 만들었다. 이번 7화에서도 기억에 남는 대사를 말하지 못하자 사인을 보낸 적이 있다.
내가 김우빈의 감사일기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자, 엄마는 송혜교가 쓴 감사한 에피소드를 말하길 시작했다. 사전에 미리 준비한 것도 아닌데 엄마가 이어서 말하는 흐름이 너무 자연스러웠다. 이야기가 맥락에 어긋나지도 않았고 엄마의 말이 준비 안 한 멘트치고 이해가 잘되게 말해서 난 좀 놀래기도 했다.
그것 말고도 내가 엄마에게 "10대와 모임을 하려면 SNS를 해야 합니다"라고 말하자 엄마는 "노력해야죠"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또 엄마가 감사일기를 쓴다고 하자 "요즘도 쓰나요?"라고 묻자 "마음속으로 쓴다"라면서 귀여운 허세를 부리기도 했다.
녹음이 끝나자마자 엄마는 "몇 번 해봤다고 이제 감을 좀 잡았네"라며 소감을 밝혔다. 처음 때보다 긴장을 덜하고 자연스러워진 걸 엄마 스스로도 느낀 거 같다. 그러더니 방송을 좀 듣고 나서는 "너무 급하게 말한 거 같다. 다음 때부터는 좀 더 천천히 말해보자"라면서 스스로 모니터링을 하기도 했다. 점점 더 발전해 나가는 방송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https://youtu.be/nh2EohR9AkY?si=ysN16yITu_XX-56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