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많이 바라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우리 집에서 내가 제일 돈을 못 번다. 좀 서글픈 사실인데, 반대로 생각하면 부모이든, 형제이든 부양의 의무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위안을 해본다.
아버지는 공직 생활을 한 평생하셨고, 퇴직 이후에도 기술사를 따 어느 회사에 임원으로 재취업에 성공했다. 오빠는 미국에서 마취 전문 간호사가 되어 억대 연봉 계약을 했다고 했고, 남동생은 대기업 대리로, 내가 한평생 만져보지 못한 액수의 금액을 적금해 더 이상 세금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는 얘기를 한다.
나 역시 오래 일했고, 한 기업(출판사라는 것이 함정)의 팀장인데, 대출금 이자 내고, 재산세(재산도 없는데 재산세 오지게 나온다)와 명절 용돈을 드리고 나니, 현재 통장 잔고가 936원이다! 문제는 이번 주말 엄마의 생일 파티가 있어, 생신 선물로 드릴 현금이 곤궁해졌다는 것이다. 생일파티에 가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돈이 없다고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월급이 월요일에 나온다고 남동생에게 꾸는 것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나는 맥주 한 잔을 들이키고, 카드 단기 대출로 20만원을 인출했다. 이자가 무려 16%다. 가난한 자의 주머니를 터는 무자비한 자본주의. 이번 달의 출혈이 다다음달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씁쓸하고 서글프다. 이번 생에 돈 벌기는 글러먹은 것 같아, 쓰지 말자로 생각을 굳혔는데 아무리 명절이 있었다지만 이번 달 기타 지출만 40만원이 발생했다.
왜 출판사의 편집자는, 이렇게 가난해야 할까? 나만 가난한 것인가? 아니, 적확하게 말하자면 가난한 것은 아니다. 한달살이일뿐. 아직까지 마이너스 인생은 아니다. 하지만 한달을 살고 나면 남은 게 없다. 그렇다고 내가 사치를 하거나 쇼핑을 하냐, 그것도 아니다. 새어 나가는 돈이야 있겠지만 허리띠 졸라매며 지출을 줄여보려고 무단히 노력하고 있는 나날이다.
아버지 정년 때 일이다. 엄마는 평생 일한 아버지를 위해 좋은 양복과 코트를 맞춰줘야겠다며 자녀들에게 얼마의 돈을 요구했다. 달달이 살아가는 내게 그 액수는 벅찬 금액이었다. 하지만 없다,라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그렇게 자녀들의 상황에 귀 기울여주는 집안 분위기는 아니라) 좀 기괴하지만 내 첫 대출은 아버지의 정년 선물을 하기 위한 생활비 대출이었다.
그 돈은 최근에서야 갚았다. 한 해 매출을 해서 받은 인센티브로 한 번에 갚은 거다. 물론 대기업을 다니는 남동생의 인센티브의 1/10인 숫자지만, 나에게는 숨통이 트이는 숫자였다. 그런데 최근에 회사의 인사 시스템이 바뀌면서 매출 달성=인센티브라는 공식을 없애겠다는 발표를 했다. 나는 매출을 할 테니, 인센티브를 받고 싶다고 기존 체제에 손을 들었다. 왜냐 하면 귀여운 인센티브마저 없으면 대출을 갚을 수 없는 게 출판계 연봉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내년도 연봉 현상이 어찌될지 걱정이다. 연봉을 많이 달라는 것은 아니다. 대출금 이자 갚고, 생활비 쓰고, 조금 적금할 수 있는 정도, 가족들에게 생색낼 수 있는 정도, 기타 지출이 있어도 휘청이지 않는 정도만 되어도 좋겠다. 그리고 내 나이와 경력에 준하는 정도.
명절 끝자락이면 단연 돈 얘기지.
위안은 내일로 가족행사는 모두 끝난다는 것!
다음 주 연휴는 자유라는 것!
*나만의 콘텐츠를 갖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하였고, 나름 주1회 업로드를 착실히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이곳에 관련하여 글을 올리곤 하였는데, 브런치 원고는 잘 써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야인지 한동안 자동 휴식하였네요. 성실히 글감을 생각해볼 참입니다. 유튜브 채널도 들러주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liJpQPmJz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