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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퇴사만화 Oct 08. 2020

낙태죄 폐지와 릴레이 임신 중절 경험 고백

이제 여성에게 죄를 묻지 말아주세요

낙태죄 폐지를 두고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 상에서 작가님들의 놀랍도록 솔직하고 용기 있는 고백이 이어지고 있다.



트위터를 보다가 리트윗되고 있는, 이 뼈 때리는 글을 보면서 나 역시 생각이 깊어지고 여러 사람들의 삶이 오버랩되었다.


세 번의 임신 중절을 경험했던 누군가의 고백, 비혼이지만 두 아이를 입양해 키우는 선배, 그리고 생리불순 얘기에 당장 아이를 갖지 못할 거라고 결혼을 반대하는 지인의 부모, 결혼 이후에도 딩크를 유지하고 있는 지인들...


불과 몇 년 전에는 거론되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이제는 문제로 명확히 인식되고 그것을 갈아엎자고 일어나는 여성들이 도처에서 나오고 있다.


히어로는 멀리 있겠는가.

바로 이들이지.


그녀의 임신 중절 고백을 들은 건 수년 전 교회의 프라이빗한 공동체 훈련 자리에서였다. 우리는 각자 삶의 아픔들을 고백하며 왜 신앙을 갖게 되었는지 고백해나갔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눈물을 펑펑 쏟으며, 세 번의 임신 중절 수술과 그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을 고백했다. 처음은 피임은 하지 않아서였지만 두 번째, 세 번째는 피임을 했음에도 생긴 일이었다. 수술 비용을 남자친구가 낸 경우도 있었지만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야 했을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그녀는 몸의 고통보다 더 큰 수치감에 압사되곤 했다.

 

그리고 죄책감.


그것은 태어날 아이를 지워서라기보다 그 행위 자체가 그녀에게 주는 힐난과 질책, 주홍글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하지만 고작 대학생인 그녀가, 결혼에 대한 확신도 없는 상황에서 불안하게 가정을 꾸리고 엄마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그녀는 자신이 꾸려나가야 할 1인분의 삶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했고, 그 일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그녀에게 큰 상흔을 남겼다.


그녀의 눈물에는 참회가 담겨 있었다.


문득 낙태죄에 왜 ‘죄’가 붙어 있을까? 생각한다.


교회는 안 나가지만 정신 세계 만큼은 그리스도의 세계관을 흠모하는 나로서, 이 문제가 그저 한 가지 맥락으로만 다가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죄가 절대적인지, 상대적인지, 신의 관점에서 재고의 여지없이 그냥 ‘죄’인지 그것 역시 확신하기 어렵다. 인간의 잣대에서는 충분히 죄가 되겠지만. 인간은 언제나 나서기를 좋아하는 심판관이니까.


나는 스스로가 신이 되지 않길 바란다.

가장 큰 공포는 이것이다.

자신 스스로 본좌에 앉아 죄를 묻는 일.

“죄 없는 자만 돌을 던지라” 했을 때 돌팔매질을 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낙태 방지법이 폐지된들 누가 피임을 하지 않고 중절을 택하겠는가. 임신 중절 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은 최후의 보루일 테고, 강압적인 성관계의 결과로 끔찍한 경험을 하고 여성들에게는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권리일 게다.


물론 모든 여성이 임신 중절 수술을 경험하지 않았음 한다. 그리고 법의 폐지로 그에 따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음 한다.


무엇보다 힘써 말할 수 있는 것 하나!

심판관이 되어 여성에게 죄를 묻는 일 따위는 이제 그만두자.




*새로운 영상을 업로드하였고, 관련 글을 쓰려다가 작가님의 용기 있는 고백을 보며 저도 부족하나마 보태는 글을 적고 갑니다


https://youtu.be/Zn4o9owz-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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