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현실 사이의 협상
"엄마, 나 진짜 잘할 수 있어.
나한테 게임용 컴퓨터만 있으면,
진짜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아들은 반짝이는 눈으로 내게 말했다.
이야기만 들으면, 오래 묵혀둔 꿈이 터져 나온 듯한 열정이다.
그 눈빛이 거짓이 아님을 안다.
하지만 나는 마음이 복잡하다.
그 열정이 현실 앞에서 부서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아들은
PC방으로 향하고
교실 친구들 대신 중학교 시절 친구들과 웃는다.
무대 위가 아니라, 모니터 속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 한다.
나는 가끔 되묻는다.
'이 선택이 정말 아들의 길이 맞을까?"
배우였던 아들은 관객 앞에서 환하게 웃을 줄 알던 아이였다.
혼자 있는 것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더 좋아하던 아이였다.
그런 네가 지금은 마이크보다 키보드를 선택하려 하고 있다.
나는 무작정 반대하지 않는다.
게임이 아들에게 도피처가 아니라
정말 열정이라면
그 길도 하나의 길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어떤 길이든 기초 체력은 필요하다는 걸
그 기초가 바로 일상이고
학교이고
사람들과 부딪히고 말하는 작은 용기에서 비롯된다는 걸
아들에게 조금씩 알려주고 싶다.
그래서 약속했다.
먼저 한 걸음부터
하루라도 학교에 다녀보기
사람 앞에서 말하는 걸 연습해 보기
그리고 그다음엔
게임이라는 세계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기
나는 컴퓨터를 사는 대신
아들과 협상을 시작했다.
무조건 사주거나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라
아들의 선택과 엄마의 마음이 만날 수 있는 중간 지점을 찾기 위한 협상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우리는 함께 연습하고 있다.
진짜로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한
삐뚤빼뚤한 대화와
천천히 마음 되돌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