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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문 앞에서 서성이는 아들

친구와 말 한마디 나누는 게 너무 어려워요

"그냥... 말 걸기가 무서워요."

아들이 말했다.

그 말에 나는 한참을 대답하지 못했다.

대체 언제부터였을까.

아들의 눈에서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자라나기 시작한 것이


누군가의 시선

누군가의 대답

그리고 그 대화 속에서 자신이 이상해 보일까 봐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아들.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카메라 앞에서도

무대 위에서도

누가 시키지 않아도 당당하게 말하고 웃고

사람들 속에서 빛나던 아이였다.

그랬던 아들이

이제는 작은 인사조차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걸 이해한다.

나도 그랬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단 한마디 말이

용기를 다 쥐어짜야 나올 수 있었기에.


그 마음을 무시하고

"친구들이랑 좀 친하게 지내봐"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해봐"

그렇게 말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네가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하지만 마음속으로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걸 연습해 보는 건 어떨까.

엄마랑 같이 아니면 너 혼자서도 괜찮아."


그리고 아들에게

스피치 학원에 대해 다시 이야기했다.

"거기선 친구들이랑 말 안 해도 돼.

일단은 너 자신한테 말하는 연습부터 하는 거야.

네 마음속 말을

다시 입 밖으로 꺼내는 연습."


아들의 눈이 잠시 흔들렸다.

무언가 망설이는 듯한 표정

하지만 예전처럼 단칼에 싫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그 표정 하나로 나는 알 수 있었다.

아들이 아주 조심스럽게

관계의 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다는 걸.


지금은 손잡고 문 앞에만 있어도 괜찮다.

문을 열기까지는 시간이 걸려도

그 문을 혼자 여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면 된다.


친구와 말 한마디 나누는 것이

누군가에겐 일상이겠지만

아들에겐 지금

그것이 큰 산이라는 걸

기억하며

나는 오늘도 아들 곁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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