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도 무서워
아들이 내게 말했다.
"엄마, 나 학교 가는 게 무서워. 선생님한테도 애들이랑도 말 못 하겠어."
그 한마디에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누구보다 당당하고
무대 위에서 눈을 반짝이던 아이였다.
대중 앞에서 웃고, 말하고, 노래하고, 연기하던 아이는
이제 말 한마디조차 무서워하는 열여덟 살이 되어 있었다.
2020년 갑작스러운 병원 치료가 필요해지면서
아들은 모든 활동을 멈췄고, 학교와 병원을 오가며 조용한 시간을 보냈다.
학교 친구들과 게임을 하며 조금씩 웃음을 되찾는 듯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말수가 줄어들었다.
연극부 동아리 활동에서도
"과거에 잘했던 게 이제는 자신 없어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 기억들이 오히려 아이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아들에게 제안했다.
"말하는 게 무섭다면 그걸 도와주는 곳에 가보는 건 어때?
엄마가 찾아본 곳인데 네가 다시 사람들 앞에서 편하게 말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키워주는 청소년 스피치 학원이야.
거기서는 연기 안 해도 되고 발표도 안 해도 돼.
그냥 너 자신을 좀 더 믿을 수 있게 도와주는 곳이야."
처음엔 "안 갈래요"라며 단호하게 말하던 아들이
며칠 뒤에 조용히 물었다.
"거기선 뭐해요? 사람들 앞에서 말해야 돼요?"
나는 말했다.
"아니, 네가 말하고 싶은 만큼만 말하면 돼.
그냥 조금씩, 너 자신을 다시 만나는 연습이야."
아들은 아직 망설인다.
하지만 나는 기다릴 것이다.
내가 바라는 건 단 하나,
'다시 말할 수 있는 용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자신감'
그것만 아이가 되찾아준다면
무대든 교실이든, 어디든
아들은 다시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삐뚤빼뚤해도 괜찮다.
다시 천천히 마음을 되돌리면 된다.
그 길 위에서
나는 오늘도 아들의 손을 잡고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