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뤼바인을 넘어서
크리스마스 마켓의 주점 앞에 늘어선 사람의 줄은 좀처럼 줄어들 줄 모른다. 음식 파는 점포의 줄은 길어졌다 짧아졌다 들쑥날쑥하지만 주점 앞은 술통에서 술을 쭉쭉 뽑아내어 광속으로 서빙하는 데도 불구하고 인해전술을 방불케 한다. 마치 단체로 뒤셀도르프의 술통을 하루에 싹 다 비워 버리기로 작정이나 한 것처럼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는데 술잔을 받아 착착 빠져나가는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으면 나도 올겨울에 마켓에서 술장사를 했어야 하는데 라는 후회가 절로든다. 회전율이 이렇게 높은데도 불구하고 줄이 긴 이유는 빈속에 뜨끈한 알코올이 목줄을 타고 그대로 온몸으로 퍼져가는 원시적 전율을 그대로 느끼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서 그러하리라.
소싯적에 공복 음주를 무척 즐겼었는데 첫 한 모금이 빈속에 채워지면서 알코올이 혈관을 통해 빠르게 퍼지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질 때의 그 짜릿함이 좋았다. 물론 지갑이 얄팍해서 변변한 안주를 사 먹을 형편도 못됐고, 텅 빈 마음에 주님을 영접하는 것이 순수하고 거룩하게 느껴져서 그렇기도 했다. 훌륭한 취재는 진실을 알리기 위한 용기가 핵심이렸다.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의 생생한 현장을 문우들에게 알리기 위해 그동안 조용히 잘 지키고 있던 단기성 절주결심을 가볍게 배신했다. 내가 나에게 내린 소명인 크리스마스 마켓의 알코올에 대한 글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직접 마시면서 취재하다 보니 술잔만 잡으면 사진 찍는 것을 잊어버려서 근접샷이 없거나 그나마 찍은 사진도 다 흔들렸다. 으그그 화상!
크리스마스 마켓에서의 음주는 대 놓고 술 먹으러 모이는 옥토버 페스트에 비해 로맨틱하고 경건하다. 배경 음악으로 쿵짝쿵짝 '마시고 한번 죽어보자'식의 슐라가(독일식 트로트) 음악이 아닌 캐럴이나 경쾌한 성가가 흐르고, 탕진하는 마음으로 마시는 술이라기보다는 한 해를 잘 살아낸 서로를 격려하고 주(酒)님이 오심을 축복하는 마음으로 마시기 때문이리라. 캄캄하고 추운 계절에 저마다의 이유로 밖으로 나온 타인들 틈에 끼어 온기를 느끼고자 따뜻한 술들을 홀짝홀짝 마시니 미친 듯이 마시고 꽐라 되자는 옥토버페스트보다는 사랑과 나눔의 정서가 강하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무엇보다도 크리스마스 마켓의 음주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따끈한 술에 포함되어 있는 강한 향신료와 추운 날씨에 맞는 관대한 알코올 함량일진텐데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마켓의 주류를 차례로 소개해 보고자 한다.
1. 글뤼바인 (Glühwein)
머그컵 안의 크리스마스! 라 칭할 수 있는 글뤼바인은 겨울의 향취와 편안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강한 향신료를 섞은 뜨거운 와인이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뜨거운 글뤼바인을 마시지 않는다면 추적추적 비 오고 안개나 끼는 독일 중부에서 크리스마스를 느낄 방법이 없다). 레드와인이나 화이트와인에 계피, 말린 정향, 레몬껍질 등을 넣고 가열하여 만드는데 섭씨 80도가 넘어가면 알코올이 기화하고 향료의 맛이 변하기 때문에 온도를 잘 맞추어 가열해야 한다. 글뤼바인의 알코올 함유율은 대략 8퍼센트에서 13퍼센트 사이로 맥주보다는 확실히 세고 와인보다는 좀 약하거나 비슷하다. 나는 글뤼바인을 마시면 빨리 취하는데 (좋다는 이야기다) 빨리 마시게 되어 그렇다. 뜨끈한 어묵국물을 시켰으면 입안을 데이더라도 뜨끈할 때 먹어야 제 맛이듯 글루바인 역시 그 열정의 온도가 1도도 떨어지기 전에 바로 속으로 털어 넣는다. 향과 알코올이 새어나갈까 노심초사하면서 섭씨 80도에 딱 맞추어 글뤼바인을 주조해 낸 주류업계 종사자의 노고를 생각하며 식기 전에 얼렁 목구멍으로 넘겨야 한다. 추운 날씨에 노상에서 돈 내고 찬밥 먹는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호호 불며 마시다 보면 금세 컵바닥이 보이며 랄랄라 취하게 된다 (크~~ 으, 인생 뭐 있나, 이런 게 인생이지).
글뤼바인을 파는 점포는 1미터에 한 개씩 있기에 한 곳에서 여러 잔을 마시기보다 여기저기 방앗간을 옮겨 가며 마시면 재미가 배가된다. 귀찮게 왜 자리를 옮겨가나 하겠지만 사실 한 자리에 오래 서서 마시면 금세 추워지기도 하거니와 점포를 바꾸면 머그컵의 모양이 바뀌면서 분위기도 바뀌고 글뤼바인의 맛도 다르게 느껴진다. 예전에 도서관에서 빈자리가 없을 때 오래 자리를 비운 사람들의 자리에 몰래 앉아 공부하는 것을 메뚜기 뛴다고 했었는데 (지금도 이런 말을 쓰려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도 메뚜기를 뛰면 수작을 더 열렬히 즐길 수 있다. 베가본드 (vagabond) 형 음주라고나 할까?
보통 글뤼바인은 3유로 정도지만 7-8유로를 내야 하는데 이는 머그컵 보증금이다. 크리스마스 마켓의 모든 글뤼바인은 종이나 플라스틱 컵이 아닌 예쁘게 크리스마스 장식이나 글귀가 들어간 세라믹으로 된 머그잔이나 유리컵에 판다. 머그잔이 비면 리필비용 3유로만 내고 계속해서 마시면 되고, 마신 후에 머그잔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다. 기념품으로 잔을 가지고 싶으면 보증금을 돌려받지 않으면 그만이다.
글뤼바인을 주문할 때는 보통 3가지 레드, 화이트, 로제 중에 고른다. 경우에 따라서는 "샷 추가 (Mit Schuss)"를 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글루바인 위에 럼주나 아마레또를 첨가해서 더욱 강렬한 맛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진이나 과일 브랜디 (딸기, 사과, 블루베리 등), 아페롤(오렌지색 이태리 식전주)을 추가하기도 하는데 샷추가를 하면 가격이 1유로 추가된다. 뭐든지 클래식한 것이 좋은 나는 샷추가를 거부하고 레드 글뤼바인만을 고집한다. 레드와인이어야만 따뜻함과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깔끔하고 슴슴한 맛이 좋다면 화이트나 로제 글뤼바인을 마시는 것이 좋고, 오렌이 향이 확 나는 아페롤을 좋아하거나 어린이 입맛을 가진 분들, 디저트 식으로 글뤼바인을 즐기고 싶으신 분들은 딸기나 블루베리 등의 샷을 추가해 드시면 만족하실 것이다.
2. 글뤼비어 (Glühbier)
글뤼비어는 독일인들이 국민 음료인 맥주의 번영을 위해 그 어떤 짓도 서슴없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뜨거운 맥주라니! 역겹게 들리지만 실제 맛은 그리 나쁘지 않다. 뜨거운데도 거품이 살아있고 맥주의 달짝지근함과 신맛이 공존하는데 와인의 쓴맛보다는 맥주의 쌉쌀한 맛이 나은 분들에게는 대안이 된다. 우리 집 독일 아저씨는 맥주를 뜨겁게 마시다니 글뤼비어는 어용이라며 배척하고 있지만 마셔보면 마음이 바뀔 것이라 확신한다 (싫다는 술도 좀 있어야지 하는 마음에 간절히 권하지는 않는다).
사실 독일에서 따뜻한 맥주를 마시기 시작한 것은 1600년대에부터이다. 17세기와 18세기 경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커피 대신에 건강을 생각한다(?)고 마시던 대안 음료였다. 맥주를 건강음료로 생각하는 것이 농담 같지만 독일 의사들 중에서는 아직까지도 맥주가 몸에 좋다고 찬양하는 사람들이 있다. 감기에 잘 걸리는 우리 집 아저씨가 어느 날 병원에 가서 비타민 섭취가 중요하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이 겨울에 영앙제 말고 어디서 비타민을 복용하느냐 불평했더니, 선생님 왈 맥주 안에 필요한 모든 비타민이 다 들어있으니 하루에 한 잔씩 복용하면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는 축사를 내려주셨단다. 그 이후로 우리 집 아저씨는 비타민 부족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의사에게 직접 들었다 힘주어 말하며 '맥주에 필요한 비타민이 다 들어있다'를 사방팔방에 복음처럼 전하기 시작했다. 미디어에서 전문가가 나와 어떤 종류의 조언을 해도 비틀어 듣고 가열찬 비판을 가감 없이 내뱉는 전형적 독일인인 남편이 의사 선생님의 이 친맥주 발언을 화장지가 물을 흡수하듯 단번에 받아들이는 이 의례적인 복종적 행동을 보며 깨달았다. 왜 내놓으라 하는 지식인조차 사이비종교에 홀라당 빠져드는 것인지를. 그냥 지가 믿고 싶은데로 믿어 버리는 것이렸다!!!
이렇게 건강을 위해(?) 따뜻하게 마시는 글뤼비어는 단순히 맥주를 데워 먹는 것이 아니라 가열한 후 계란, 밀가루, 버터, 생강, 육두구, 소금, 설탕을 첨가하여 만든 맥주 기반의 칵테일 같은 음료이다. 1888년에 멀천트 (W.T. Marchant)가 편집한 수백 년 된 양조 전통과 인류 역사에서 에일의 역할에 대한 책인 "에일 추앙 (In Praise of Ale)"에 보면 원래 맥주는 아침, 점심, 저녁 모두 마시는 음료로 냉장 기술이 발전하기 전에는 상온으로 마시던 음료라고 한다. 즉 냉장 기술이 발전되고 술을 (과거에 비해) 적게 마시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따뜻한 에일에서 차가운 라거로 바뀌며 맥주는 “저녁에만,“ ”차갑게”마시는 음료가 된 것이다.
그러므로 글뤼비어는 온도면에서 맥주의 원조형태를 갖춘 술이라 하겠다. 독일어권 크리스마스 시장은 물론이고 스키 리조트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데 슈퍼마켓에서도 아펜젤러 글뤼비어 (Appenzeller Glühbier), 데트몰러 글뤼비어 (Detmolder Glühbier) 등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브랜드의 오스트리아산이나 프랑코니아산의 글뤼비어를 살 수 있다.
병으로 된 글뤼비어를 집에서 마실 때 어떻게 적절한 온도로 맞추나를 알아보다 독일인들에게 한방 먹었는데 70도의 물이 담긴 냄비에 넣어서 몇 분 후에 꺼내라던지, 전자레인지를 사용하면 컵에 절반만 따르고 반드시 700와트에 거품이 일 때까지만 데워라 등의 까탈스러운 준비방법에는 놀랍지도 않았다. 정확함을 중시하고 맥주를 신성화하는 독일인들은 얼마든지 만들어 낼만한 매뉴얼이다. 하지만 한 네티즌이 쓴 글 "당신이 진정한 독일인이라면 집에 맥주 워머 정도는 가지고 있겠죠?"를 읽고는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졌다! 맥주 워머라니... 인터넷을 바로 찾아보니 맥주워머는 맥주의 온도를 조절하는 데 사용하는 뚜껑이 달린 금속 실린더로 유리잔이나 주전자의 가장자리에 걸 수 있게 고리가 달려있는데 금속 막대를 먼저 뜨거운 물에 가열한 후 맥주잔에 삽입하여 맥주가 원하는 온도에 도달했을 때 빼서 최적 온도의 글뤼비어를 마실 수 있게 만들어진 발명품이다. 아, 못 말리는 독일인들의 맥주사랑이로다.
맥주는 일 끝나고 마시는 음료이고, 게다 뜨끈한 맥주는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마신다는 개념은 냉장기술과 함께 발달하기 시작한 근대적 문화현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내가 아는 세상은 참으로 미숙하고 단편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 젊음, 운동, 금주 등의 정보가 넘치는 100세 시대, 자극이 넘치고 그 자극을 견디는 힘을 키우기 위해 또 다른 자극이 필요한 시대에 살다 보니 아침, 점심, 저녁 맥주를 물처럼 마시며 적당히 행복하게 살다가 생을 간편하게 마감한 옛사람들이 부럽기도 하다. 알코올은 나 같은 미물도 철학하게 만드는구나.
3. 그로그 (Grog)
한 때 독일 북부의 뱃사람들이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마셨던 뜨거운 물에 럼주를 섞은 음료이다. 매일 글뤼바인을 마시기에 지쳐 하루 정도 외도가 필요할 때 시도해 보면 좋다. 물로 희석되어 순한 맛(양이 늘었지 도수가 줄었다는 것은 아니다)의 따끈한 럼주에 예쁜 설탕스틱이 들어가 있어 달짝지근한 맛도 난다. 럼 대신 브랜디, 위스키, 레드와인, 데킬라 등을 넣는 옵션이 있는데 따뜻한 펀치 같은 맛이다. 영어로 그로기 (groggy)라는 형용사는 원래 이 그로그를 너무 많이 마셔 취한 상태를 지칭했었는데 이제는 술과 상관없이 어지럽거나 약해지고 지친 모습을 묘사할 때 쓰인다. 연말에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물탄 럼주를 마시고 단숨에 다리가 풀리면서 그로기해지고 싶지 않다면 그냥 지나쳐야 하지만, 럼, 브랜디 위스키 등 매혹적인 향의 독주를 좋아하는 분이면 뜨끈하게 한잔을 추천한다. 오크통에서 비롯된 복잡 미묘한 향의 색다른 매력을 겨울향과 함께 달콤하게 즐길 수 있다.
4. 럼주를 첨가한 핫 초콜릿 (Heiße Schokolade)
그로그는 도수가 강하고 묵직한 맛이 나서 가볍게 포기할 스 있지만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주종이 있으니 바로 럼주를 첨가한 핫초콜릿이다! 추운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핫초콜릿만으로도 대만족인데 그 위에 럼주의 향기로움이 얹어지니 이 조합은 거부할 수 없다. 나처럼 독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차가운 날씨에 밖에서 마시는 럼주와 초콜릿의 결합은 엄지 척이다. 핫초콜릿을 홀짝홀짝 마시다 보면 갑자기 윙윙 귀가 울리기 시작하는데 바로 럼이 온몸에 퍼지며 해야 할 일을 해내고 있다는 증거이다. 달콤함과 향기로움이 공존하는 럼주 핫초콜릿의 맹점은 취하는 줄 모르고 마시기에 그다음 날 수박통이 깨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핫초콜릿의 맛이 워낙 지배적이다 보니 여기에 넣는 럼은 싸구려를 사용하는 듯하다 (마켓에서 장사하는 분들을 생각한다면 핫초코에 비싼 럼을 넣어달라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매일 마시는 것도 아닌데 다음날 아침 수박통 한 번 깨 지면 그만이다). 집에서 해 먹을 때는 그 위에 마시멜로를 얹어 먹거나 휘핑크림을 듬뿍 얹어 칼로리를 고공행진 시켜 속을 보호할 수는 있지만 두통이 방지되지는 않는다. 달콤함, 향기로움과 약간의 두통... 이게 바로 겨울의 맛일 지어다.
5. 아이어 펀취 (Eierpunsch)
아이어는 독일어로 계란(egg)이기에 아이어 펀취는 따끈한 에그펀치이다. 달걀노른자, 화이트 와인, 계피 및 정향의 향신료에 바닐라와 감귤 주스를 넣어 만들어진다. 뭐 하나 어울리는 것 같지 않은 재료들을 섞은 이상한 조합이지만 여기에 주먹만 한 휘핑크림을 턱 하고 얹으면 달콤하고 풍미 있는 크림맛이 제법인 근사한 디저트가 탄생한다. 살살 달래서 녹인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에 계핏가루를 살짝 얹은 맛이라고나 할까? 계피와 육두구의 매콤한 맛은 달걀의 비릿함을 잠재우고 겨울의 맛을 도드라지게 만든다. 화이트 와인 대신에 럼이나 브랜디를 넣기도 하고 와인, 럼, 브랜디를 모두 함께 넣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알코올 본연의 맛보다는 왕창 올라간 갖가지 향료와 크리미하여 부드럽게 넘어가는 질감, 파스텔 톤 노랑의 시각적 자극이 합쳐진 종합예술의 성격을 가진 음료이다. 집에서 직접 만들고 싶다면 시판용 계란리쿼 (Eierlikör)에 화이트 와인을 섞어 데운 후 휘핑크림을 얹고 계피 스틱을 꽂아 마시면 된다. 차가운 날씨에 호호불어 가며 마셔야 제격이니 창문을 활짝 열고 담요를 뒤집어쓰고 즐기길 추천한다.
6. 포이어장엔보울레 (Feuerzangenbowle)
포이어장엔보울레는 포이어(Feuer), 장엔(Zangen), 보울레 (Bowle) 세 단어의 합성어로 각각 불, 집게, 펀치를 의미한다. 음료수에 웬 집게냐 하겠지만 이것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집게가 필수적이다. 레드 와인에 정향, 계피, 레몬주스, 오렌지 주스 및 화이트럼과 마지막에 설탕덩어리를 얹어 럼에 담가 불을 붙이면 설탕 덩어리가 천천히 캐러멜화되어 방울방울 글뤼바인 속으로 떨어진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거대한 설탕덩어리를 술통 위에 얹어서 불을 붙이기에 장관이 연출되는데 가정에서 한잔 용으로 만들 때에는 작은 버너 위에 원뿔 모양의 설탕 덩어리를 알코올 함량이 50% 이상인 럼에 담갔다 불을 붙인다. 옛날에는 불집게를 써서 설탕을 올렸지만 요즘은 그릇 위에 특수 제작된 금속창살을 제작해서 올린다. 설탕이 다 녹아 와인과 섞일 때까지 럼주를 국자로 계속해서 부어야 한다.
불에 활활 타고 있는 설탕덩어리를 보고 있자면 넋이 나간다. 불구경 싫어하는 사람이 있겠는가? 추운 날씨에 활활 타는 불을 보며 그 아래 설탕이 녹아 뚝뚝 떨어지며 출렁이는 술결을 바라보며 향을 음미하는 것... 크리스마스 마켓 단연 최고의 볼거리가 아닐 수없다!
7. 킨더푼취 (Kinderpunsch)
엄마 아빠 따라 마켓에 간 아이들과 술을 안 마시는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무엇을 마셔야 하나? 알코올 없이도 얼마든지 아늑한 글뤼바인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름하야 킨더푼취! 킨더는 독일어로 어린이, 푼취는 펀치로 킨더푼취는 무알콜 글뤼바인이라 생각하면 된다.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크리스마스마켓 구경 다니기 위해 자가용을 타고 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운전사 펀치 (Autofahrerpuncsch)라 불리기도 한다. 펀치라는 말이 붙었다고 모두 무알콜은 아니기에 조심해야 한다. 펀치라는 이름으로 도수가 센 알코올을 함유한 음료도 제법 있는데 예를 들어 리퀴어 기반에 과일향이 첨가된 티펀치 리쿼 (Teepunsch mit Likör)등은 모르고 마셨다간 바로 휘청될 수 있다. 메뉴에 무알콜이라고 쓰여 있는지 확인하고 먹지 않으면 펀치에 큰 펀치를 맞을 수 있다.
삶이 녹녹지 않을 때 정신과 의사나 상담사를 찾는 사람들도 있고, 신부님이나 목사님을 찾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이 맘 때의 삶의 애환을 풀어줄 조력자로 나는 크리스마스 마켓의 주류판매업자를 택한다. 가고 싶을 때 사전예약 없이 내 맘 데로 갈 수 있고, 만나러 가기 전부터 흥분되며, 피드백을 바로바로 받을 수 있는 데다, 무엇보다도, 음~~~ 오감이 즐거워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