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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맹 Sep 17. 2024

국경을 넘자마자 요요가 왔다

휴가에 제물로 마친 몸뚱이

진정 나의 잘못이 아니다. 그간 하정우식 걷기를 철칙으로 잘 지키면서 독일의 서늘한(?) 여름에 감사하며 몸의 하중을 착착 줄여가고 있었다.


학회 참석으로 1400킬로를 달려 오스트리아를 거쳐 이태리로 내려가니 온도가 껑충 뛰어 한낮은 아주 쉽게 35도를 웃돌았다. 이틀을 남쪽으로 운전해 가니 온도가 15도에서 35도가 된 것이다. 여름의 매운맛을 제대로 보란 듯이. 35도의 시에나는 낮에 밖으로 나가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에어컨 없는 곳에서 생산적인 일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즉 낮에는 에어컨 있는 방에 콕 박혀 바깥세상을 차단한 채 사는 것이 생존의 유일한 방법이다.


평소 운동은 게을러서 안 하지만 기억력 상실과 대책 없는 산만함으로 효율성 없는 움직임이 잦은 편이다. 이태리에 오고 나니 휴가라 애써서 해야 할 일이 없고 대낮에는 다니기는 것만으로도 증기기관차 열기통 앞에 앉은 것 마냥 뜨겁다 보니 움직임의 빈도가 제로가 되면서 몸이 팍팍 퍼지기 시작했다. 게. 다. 가. 이태리의 살을 부르는 음식들과 향기 좋은 와인은 숨쉬기만 해서 별 다른 연료가 필요하지 않은 내 몸에 잉여의 양분을 빵빵하게 공급하기 시작했다. 어쩔 거냐고요… 내 탓이 아니다.


낮에는 에어컨 아래서 꼼짝도 안 하고 강의를 듣거나 호텔에 갇혀 있었다. 지글지글 끓는 지열과 이글이글 타는 해가 동시에 스러들어 살랑살랑 밤바람이 불고 몸에 착 맞는 기온인 25도로 떨어지는 저녁 7시 경이되면 입맛이 뭉게뭉게 피어나면서 갖가지 이태리 음식과 와인들을 영접하러 갔다. 그리고 이 경험은 매우 특별하기에 죄책감 없이 4박을 내리 반복했다.


그랬으니 내게 찾아온 요요는 놀랄 일도 아니고 성낼일도 아니다. 일주일의 학회 핑계를 대고 다닌 여행 후 이틀을 운전해 독일에 돌아와서 주차장에서 차를 세우고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내 옆모습을 보고 절로 탄식이 나왔다. 이태리에서는 거울을 보지 아니하고 멋진 이태리 사람들만 구경했나? 아니면 이태리 거울은 거짓말을 하나? 요요를 직격탄으로 맞은 내 옆모습이 거울에 비췄다.


후회해도 때는 이미 늦었다. 5학년의 본분을 까먹고 일주일 넘게 운동은커녕 미동도 없이 신나게 먹고 마신 죄악에 대한 처벌의 시간이 돌아왔다. 이제 휴가에서 불린 몸뚱이를 제물로 바치고 새로운 몸뚱이를 달라고 신에게 외치며 걸어야 한다.

마음 가는 대로 사는 나를 한심해하며 걷다가 라인강변에 쭈그려 앉아 브런치와 약속한 발행일을 지키려고 이 글을 쓴다. 아직 5 천보가 더 남았는데... 지금 걷기보다 글쓰기가 더 재밌는 것은 걸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인가? 아니면 요요를 다스리는 길은 멀고 험난하니 길가에서도 발행되는 글이나 쓰자 이건가? 


젠장, 만보 걷기의 재개와 함께 휴가 때 시간 많아서 야심 차게 발행을 시작한 새 브런치북 원고를 올린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벌 받고 있다. 얄팍한 인간은 이렇게라도 해야 앞으로 나아가지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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