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택배기사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가져오는 사람은 산타클로스! 그런데 산타는 미국산이고 독일산으로는 성 니콜라우스(Nikolaus)와 크리스트킨트 (Christkind)가 있다. 독일은 어느 동네에 사느냐, 기독교냐 가톨릭이냐에 따라 크리스마스이브의 택배 기사님이 달라진다.
12월 24일에 선물을 가져다주는 산타 클로스의 풍습과는 다르게 독일에서는 12월 6일에 니콜라우스가 찾아와 선물을 주고 간다. 선물을 주는 방식도 굴뚝을 통해서가 아닌 아이들이 미리 문 밖에 내놓은 겨울부츠나 양말 안에 캔디나 초콜릿을 넣어주고 간다. 니콜라우스는 12월 6일에 독일뿐 아닌 전 유럽에서 활동한다.
12월 초에 그렇게 미리 선물을 받으면 독일을 위시한 유럽의 어린이들은 크리스마스날은 빈손으로 남겨질까? 그럴 리가! 크리스마스이브에는 크리스트 킨트 (Christkind)라고 불리는 금발의 어린이 천사가 제대로 된 선물을 가져다준다. 유럽에서 태어났으면 12월에 두 탕씩 선물을 받았을 터인데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 평생 크리스마스 때에 선물을 한 번 밖에 못 받았고 (그것도 우리 부모님은 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던 해에 마지막으로 생일 및 크리스마스 선물을 챙겨주시고는 그 일에서 가볍게 손을 떼셨다) 애는 어리석게 독일에서 낳아 12월에 선물은 두 차례 씩 주게 되었으니 괜스레 억울하다.
니콜라우스, 크리스트킨트 등, 왜 독일에는 크리스마스에 송환되는 인물이 이렇게 많은 것인가? 사실 산타 클로스, 니콜라우스, 크리스트킨트, 이 세 인물은 공통된 과거사와 같은 사명을 가진 인물로 그 기원은 4세기에서 시작된다.
독일을 위시한 유럽에서 12월 6일 날의 선물을 책임지는 성 니콜라우스는 실제인물이다. 미라 (Myra) 지방에서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가톨릭 신부가 되어 오늘날 터키인 리키엔 지방에서 주교로 봉직하며 살았었다. 비잔틴 시대 시작 전 사회적 분열과 시민불안이 점점 커졌던 로마제국에서 니콜라우스는 부유했던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으로 셀 수 없이 많은 선행을 베풀어 살아생전에 이미 미담제조기로 그 명성을 널리 알렸다. 대표적으로 전해지는 선행은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세 명의 자매가 팔려갈 위기에 빠졌을 때 커다란 지참금을 대신 내주고 자매를 구해 준 것이다. 이 외에도 무고한 사람들을 억울한 처벌에서 구해내주고 선원, 상인, 어린이 등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을 도왔다.
그의 통 큰 기부와 선행은 유럽각지로 빠르게 알려지게 되면서 전 유럽이 그를 숭배하게 되었고 그의 이름을 딴 수많은 교회가 세워졌다. 11세기에서 16세기에 걸쳐 알프스산맥 북쪽지방에 니콜라우스에게 헌정된 교회의 숫자가 2000개가 넘는다고 하니 당시 사람들이 얼마나 니콜라우스를 따르고 존경했는지 잘 알 수 있다. 순교를 통해, 즉 죽음을 통해서만 추앙받던 대부분의 성인들과는 달리 훌륭한 삶을 삶으로써 성인이 된 니콜라우스는 오늘날에도 종교를 초월한 모든 이들에게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그의 이름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자주 회자되고 기억되며 니콜라우스의 이름을 따서 아들 이면 닉 (Nick), 딸이면 콜레트 (Colette)라는 이름을 지어 주기도 한다.
14세기까지 크리스마스는 순수한 종교행사로 크리스마스이브에 선물을 주는 행위는 존재하지 않았었다.
12세기부터 성 니콜라우스 관습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가톨릭 교회의 주교들이 12월 6일에 어린이들에게 비밀스럽게 선물을 주면서 니콜라우스의 역할을 맡았었다. 오늘날까지도 독일 남부에서는 성 니콜라우스가 지팡이와 주교 예복에 주교관 (주교의 모자)을 쓰고 나타나 아이들에게 선물을 준다. 독일에서 첫겨울을 보내면서 사방팔방에 깔린 크리스마스 초콜릿 가판대에 이상하게 생긴 산타가 있어서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성직자 같이 생긴 산타 할아버지, 대체 누구이실까? 여기저기 찾아본 후 그분이 산타의 원형인 니콜라우스 성인임을 알게 되고 놀랐다. 산타가 핀란드에서 온 것이 아니었구나.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지만 순록 때문인지 나는 산타가 북유럽 출신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가톨릭 주교들이 니콜라우스의 모습을 하고 어린이들에게 몰래 선물을 주는 풍습은 16세기에 종교개혁자인 마틴 루터에 의해 정리되어 버린다. 종교의 타락을 평정하던 루터는 성인숭배와 성 니콜라우스의 날에 선물을 주는 행위를 어린애 같은 일이라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오직 그리스도의 탄생일인 크리스마스 즉 12월 25일만 기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루터의 주장은 처음에는 개신교 지역에서 시작되어 시간이 지나면서 가톨릭 지역에까지 받아들여졌었다. 그렇지만 성 니콜라우스의 관습은 쉽게 없어지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어린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관습은 아이들만 즐거운 것이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큰 즐거움을 주기에 그랬던 것 같다. 비밀리에 선물을 준비해서 아이들에게 기쁨과 환상을 선사하는 즐거움이 워낙 크다 보니 루터의 주장이 먹혀들어가다가 멈추지 않았을까.
이렇게 니콜라우스의 풍습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동업자까지 생겨났다. 그동안 이교도인들을 처벌하는 역할을 맡았었던 크네히트 루프레히트 (Knecht Ruprecht)라는 무서운 인물들까지 합세해서 함께 크리스마스에 활동하게 된 것이다.
대체 크네히트 루프레히트는 또 어떤 인물인가? 이 인물은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들을 벌주는 역할을 하는 니콜라우스의 동료이다. 이 무서운 산타의 동료는 지역에 따라 크네히트 루프레히트 (Knecht Ruprecht), 풀터클라스 (Pulterklas), 또는 루프삭 (Rupsack) 등 그 이름을 달리 하는데 그 모습은 보통 수염을 기르고 두건을 쓰고 선물 대신 막대기와 자루를 가지고 다닌다. 원래는 겨울에 악령이나 이교도를 쫓는 일을 담당하는 인물들이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같은 역할을 하는 인물이 크람푸스 (Krampus)라 불리면서 무서운 얼굴에 뿔도 있고 털로 된 옷을 입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는 일종의 악마의 모습을 한 인물이 니콜라우스나 산타클로스와 동행하기도 한다.
이 무서운 산타에 대한 기원은 여러 가지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는데 크네히트 루프레히트의 경우 1021년으로 거슬러간다. 그 시기에 크리스마스 축제를 즐기면서 춤을 추는 아이들을 모두 저주했다는 성직자가 있었는데 그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인물이다. 또 다른 전설은 중세후기 부모들을 교육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진 인물이 변형된 것이란다. 무엇이 모티브였든 간에 이 무서운 산타들은 크리스마스에 니콜라우스와 짝으로 다니면서 선물을 주고 훈계하는 역할을 한다. 즉 유럽의 아이들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면서 선물만 받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떤 행동을 고쳐야 더 나은 사람이 되는지 배우기도 한다. 마음이 여리거나 너무 어린아이들에게는 무섭게 느껴지는 존재이기도 하다. 요즘 같이 아이들을 지나치게 너그럽게 키워서 안 되는 것을 모르고 자라는 아이들이 많은 세태에 진정으로 필요한 인물이 아닌가 싶다.
18세기부터 선물을 가져오는 인물은 점차 산타 클로스라는 하나의 인물로 합쳐졌다. 개신교인들에게 선물을 가져오는 역할을 하게 된 산타클로스는 성 니콜라스와 닮았으나 빨간색과 흰색 가운을 입은 편안하고 푸근한 할아버지의 이미지로 변신하기 시작했고 그 모습의 산타클로스가 독일로 들어온 것은 20 세기에 들어와서이다.
오늘날의 산타의 이미지는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영향력 있는 독일 출신 정치 만화가인 토마스 나스트에 의해 탄생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문맹이던 1860년대 만화는 글을 읽지 못하는 이들에게 시사 논평을 전달하는 매체였다. 이전의 성 니콜라우스는 일반적으로 키가 크고 마른 사람으로 묘사되었었는데 아내가 읽어준 1822년의 시 ‘성 니콜라우스의 방문 (A Visit From St. Nocholas)’을 듣고 그 설명을 바탕으로 네스트는 여덟 마리의 순록이 끄는 썰매를 타고 등장하여 크리스마스이브에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러 다니는 둥글둥글하고 유쾌한 산타 클로스의 이미지를 탄생시켰다.
1931년 거기에 더해 코카콜라 광고 전문 예술가인 해든 선드불룸 (Haddon Sundblum)에 의해 더욱 세련되게 둔갑하였다. 당시만 해도 코카콜라는 더운 날 마시는 청량음료로 여겨졌었는데 코카콜라 회사에서 겨울에도 마실 수 있는 음료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퍼뜨리기 위해 산타클로스를 자사의 광고에 등장시켰다. 이때 선드블룸이 현재의 모습인 빨간 코트에 빨간 모자, 검은 벨트 및 검은 부츠를 신은 산타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이다.
오늘날 독일에서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면서 성 니콜라우스가 12월 6일 날 먼저 찾아와 부츠 안에 선물을 주고 가고,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산타클로스와 크리스트 킨트가 함께 임무를 수행한다. 크리스트 킨트가 선물을 주느냐 산타클로스가 주느냐는 교파나 지역에 따라 다른데 주로 산타클로스는 독일의 북쪽과 동쪽 지역을 담당하고 크리스트 킨트는 주로 남쪽 지방에 선물을 준다. 선물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누가오든지 상관없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이런 환상을 심어주는 것은 중요하다. 이야기의 마법은 아이들의 상상력에 풍요로움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우리 애들에게 언제부터. 엄마 아빠가 선물을 주는지 알았냐고. 그러자 두 녀석이 키득대며 말한다. 유치원 2년 차에 다 파악했고 매년 내가 선물을 사서 넣어두는 장소까지 다 알고 있었단다. 그리고는 십 대가 될 때까지 모른 척 오히려 나와 남편을 속였다. 내가 허술한 거겠지만 기막혔다, 일대 일이구만…
어느 시점이 되면 누군가를 통해 산타클로스에 대해 다 알게 되겠지만 이에 대해 꿈꿀 수 있게 해주는 산타의 환상은 인류의 중요한 문화자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