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좋은 아빠일까?
40대에 아빠가 됐다.
늦게 혹은 어렵게 아이를 가졌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주변에 꽤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4년여의 결혼 생활동안 나름의 계획을 때가 되어 실행에 옮겼을 뿐이다. 다행히 우리 부부의 계획에 맞춰 아이가 빨리 찾아와 줘서 너무나 고맙고 기뻤다.
지금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체력적으로 더 힘든 건 사실이다.
나는 대학강사이자 개인연구자이다. 그래서 9시 출근-6시 퇴근의 직장 생활 대신 재택근무를 한다. 덕분에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첫 돌을 앞둔 거의 모든 순간을 함께 하고 있다. 직업의 특성상 수입의 아쉬움과 불안정성이 있지만 시간적 여유는 무엇보다 큰 매력이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를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시간이 남아도는 건 아니다.
주양육은 아내가 맡고 있지만 나 또한 가사와 육아를 함께 한다. 최근까지 업무는 틈틈이 시간을 쪼개서 했다. 아내도 마찬가지인 상황인데 친구를 만나거나 여가를 즐기는 건 가끔씩 가능한 일이다. 그래도 나는 강의가 있는 날이면 잘 차려입고 이동 중에 마음껏 음악을 들었고 혼밥도 즐겼다. 물론 집에서 홀로 아이를 돌보고 있을 아내를 떠올리면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었지만 일을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
아이의 탄생과 함께 생활하면서 깨달았는데 육아는 생각 이상으로 힘들다.
더하여 가사, 즉 집안의 크고 작은 일까지 모두 한 사람이 책임진다면 정말 병이 생길 것이다. 자연스레 공동 육아 및 가사 체제를 구축했는데 결국 주양육자는 아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아이의 선택이 결정적이다. 중요한 순간에 엄마를 찾는데 어쩌겠는가?
아내도 수긍하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해도 엄마가 처음인 아내는 힘들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이를 보면서 행복하지만 피곤하다. 육아를 위해 수많은 일을 잘하고 있지만 부족함을 느낀다. 신체적인 변화와 함께 알 수 없는 우울감을 느끼기도 한다.
나의 역할은 아내를 챙기는 것이다.
아내는 아이의 하루 시작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있다. 내가 중간중간 아이를 돌보지만 비중의 차이는 크다. 그래서 가사 쪽을 신경 쓰지만 역시 아내의 손길이 닿는다. 돈 벌며 가계에 기여하는 바가 있으나 앉아서 일하는 것도 눈치 볼 때가 있다. 나름의 대안이 아내를 챙기는 것이었다.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다정하게 말하기. 손목이 아픈 아내를 위해 무거운 짐은 모조리 들기. 특히, 먹거리를 챙긴다. 6시 반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아내를 위해 아침식사부터 점심, 저녁식사를 담당하고 있다. 덕분에 어머니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그리고 반찬 투정이나 잔반 따위는 없다. 하루 세끼를 차리는 일은 부담스럽지만 보람 있다.
어쨌거나 아이는 아내가, 아내는 내가 챙기고 있다. 그러다가 문득 외로웠다. 나도 힘들 때가 있으니까. 그런데 나는 누가 챙기지?
아내로부터 위안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매일 전쟁을 치르는 사람에게 여력이 없었다. 아이를 보며 힘을 얻기도 하지만 나도 속마음을 꺼내서 깊은 이야기와 공감을 나누고 싶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다.
나는 나를 위해 글 쓴다.
육아 과정에서 아이와 우리 식구의 추억도 기록하고 무엇보다 나를 챙기고 싶다. 몇 권의 책을 내면서 글쓰기가 업이자 취미라서 지금 이 새벽에 잠을 줄여가면서도 즐겁다. 나아가 대학강사인 40대 초보 아빠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어떤 감흥이라도 줄 수 있다면 역시 기쁜 일이다.
대신 가벼워지려고 한다.
쓰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가벼운 글을 쓸 생각이다. 일단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다양한 일 때문에 바쁘고 늘 피곤하다. 결론적으로 꾸준한 기록을 위해서는 적은 분량이라도 제때 남기는 편이 낫다고 본다. 브런치스토리를 이용하는 까닭도 글쓰기의 동기부여를 얻기 위해서다. 딱히 보는 이 없어도 공개적으로 발행하는 글을 쓰는 의미도 있다. 언젠가는 글을 엮어서 책도 만들 생각이다. 대단하지 않아도 내 추억을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