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토v Dec 19. 2019

스타트업 하드랜딩과 소프트랜딩

신규입사자가 소프트랜딩하기 좋은 구조 만들기


하드랜딩과 소프트랜딩에 대한 고민

새로운 조직에 들어갈 때 나 스스로 어떻게 소프트랜딩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해왔다. 그래서 나름대로 빠르게 조직에 적응하려는 전략들을 세워왔고 이전의 글들은 대부분이 그런 내용이다. 그게 나는 소프트랜딩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니 내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나는 완전히 하드랜딩 방식으로 적응하고 있었다.


하드랜딩과 소프트랜딩의 차이는 무엇인가? 흔히 비행기가 착륙할 때 '비행사 조종 잘하네'라고 말하며, 비행기가 활주로에 닿았는지 아닌지도 모르게 착륙하는 걸 소프트랜딩이라고 한다. 반면 하드랜딩은 '쿵'하는 느낌을 느끼며 승객들이 '아 비행사 운전 못하네~'하고 오해하는 경우가 하드랜딩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상환경이나 활주로 상황에 따라 하드랜딩/펌랜딩이 필요한 상황이 있고 이러한 선택을 내리는 것이 기장의 역할이라고 한다. 눈이나 비가 오거나 활주로 상황이 안 좋을 때 일부러 바닥에 조금 강하게 충돌하면서 착륙 구간의 길이를 줄인다고 한다. 그냥 아무 때나 소프트랜딩 방식으로 착륙한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닌 것이다.


조직에서 하드 랜딩도 의도적으로 충격을 주듯이, 초기에 조직이나 담당 업무와 충돌하며 고통을 겪어내며 적응하는 방식이다.(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마시면서 배우는' 술 게임처럼 입사하자마자 일부터 시작하고, 실수하고 혼나며 배우는 식이다. 혹은 사수도 없이 산더미 같은 자료를 던져주고 전부 알아서 공부하게 한다든지 등등 뭔가 고통스러운 방식이 하드랜딩인 것 같다. 소프트랜딩은 그에 반해 차근차근 부드럽게 적응해나간다.




하드랜딩 방식의 장점과 단점

난 하드랜딩 방식으로 조직에 적응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에서 그렇게 일하면 안 돼'같은 글이 기본적으로 하드랜딩을 전제로 한 글이었다. 스타트업 환경 자체가 소프트하게 랜딩시켜줄 수 없는, '눈과 비가 내리는 기상 환경'을 가지고 있으니 거기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를 적어봤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항상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 때 하드랜딩 했다.


예를 들면 나는 농구를 처음 시작할 때도 하드랜딩 방식이었다. 만약 소프트랜딩 방식이라고 한다면 일단 공에 친숙해지는 시간을 갖고, 드리블부터 착실히 기본기를 쌓으며 농구를 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무엇을 하든 하드랜딩 방식으로 다양한 것들에 먼저 부딪혀봤다. 레이업도 제대로 못하면서, 왼손으로도 해보고, 삼 점 슛도 쏴보고, 다리 사이로 드리블도 해보면서 일단 농구의 다양한 것들을 직접 경험해본다. 일단 농구라는 것의 이모저모를 빨리 경험해서 내가 어떤 지점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파악해보는 것이다.


빌 게이츠의 상담역을 맡았던 '수치심 연구자' 브레네 브라운 TED영상

부끄럽더라도 시도하는 것

조직에서도 내가 맡게 될 업무 이외의 것들에 관심을 쏟았다. 다른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는지, 사업의 다른 파트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회사의 문서 양식은 뭐가 있고 기존의 자료들은 뭐가 있는지, 우리 회사의 인사나 경영 이슈는 뭐가 있는지 등등 그야말로 사방팔방으로 손을 뻗쳐 닥치는 대로 알아보는 편이다.


이 방식은 나 스스로 내 성장 포텐을 넓혀놓을 수 있다. 실무에 치여 몸과 머리가 굳어버리기 전에, 조직의 문제점에도 익숙해져 버리기 전에 시야를 확 넓혀놓기 위함이다. 내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무엇이 있는지 알아둘 수 있고, 누구에게 어떤 도움을 청해서 나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지 알아두기도 했다. 회사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에 따라 내가 일하는 방식도 미리 맞추어 세팅했다. 그리고 분명히 나는 빠르게 성장했다. (솔직히 하드랜딩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도 했다)


단점은 적응 과정에서 충돌의 여파가 크다는 점이다. 부드럽게 활주로에 안착하는 게 아니라 일단 여기저기 쿵쿵 부딪혀보는 방식이기 때문에 조직도 힘들고 다른 팀원들도 힘들고 나도 힘들 수 있다. 생각해보라, 신입사원이 채용은 어떻게 되어가는지, 무슨 계획이 있는지 물어본다든지, 자기 일도 제대로 아직 못하면서 다른 팀의 일에 대해 계속 물어본다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전 직장에서는 이 방식이 오히려 소프트랜딩이라고 생각했다. 몇 개월 동안 질질 끌면서 서로 맞춰가는 과정을 겪느니 첫 한두 달에 빠르게 맞춰버리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 탓이다. 그리고 이게 하드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나 빼고 다들 하드하다고 느낀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ㅋㅋ)


이 사실을 깨닫고 나니 이제야 소프트랜딩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하드랜딩 방식에서 얻어내려고 했던 것을 제도적으로 부드럽게 얻어낼 수 있으면 되지 않을까? 조직에 적응하기 위해 내가 필요로 했던 것들, 나의 Pain Point들을 해결하는 시스템이 곧 소프트랜딩 방식 아닐까.


일단 하드랜딩은 이런 식으로 했다.




셀프 하드랜딩 방식

1. 회사/조직에 대해 파악한다.

 - 회사에 아카이빙 된 자료들의 목차/폴더 구성을 파악한다.

 - 회사의 모든 자료를 열람해본다.

 - 회의 방식, 사용하는 용어, 채용 계획 등 조직에 대한 정보를 전방위적으로 물어보고 다닌다.


2. 사업/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파악한다.

 - 다른 팀원은 무슨 업무를 맡았는지 눈치껏 업무보고 때 파악하거나 물어봐서 확인한다.

 - 위 내용을 종합하여 사업을 위해 진행되는 전체 업무가 무엇인지 파악한다.

 - 이 사업과 연관된 이해관계자(정부/기업 등)가 누가 있는지 파악한다.

 - 경쟁사와 시장 현황에 대해 찾아본다.


3. 정리하자면, 죄다 스스로 학습한다.

 - 위 내용들을 스스로 혼자 알아낸다.

 - 구글 드라이브를 다 들어가 보고, 회의록에서 다른 사람 업무를 파악하고, 여기저기에 물어본다.

 - 학습하는 내용들을 모두 매뉴얼로 만들며 정리한다. 나 스스로 체계를 잡기 위해서, 그리고 다른 신규 입사자를 위해서 정리한다.


소프트랜딩이라 함은, 위와 같은 내용을 조직이나 다른 사람과 충돌 없이, 갈등 없이, 큰 수고로움이나 고통 없이 파악할 수 있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위에서 내가 파악하려고 했던 내용들은 조직에 적응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이것들을 혼자 힘들게 알아내도록 하지 않고 쉽고 더 빠르게 알 수 있게끔 해주면, 그게 기본적인 소프트랜딩이 되지 않을까?


보통 신규 입사자에 대한 온보딩을 기획할 때 회사 입장에서 잘 '적응시키는' 방법을 찾게 된다. 소프트랜딩에 대해 고민할 때도 신규 입사자 입장이 아니라 회사 입장에서 '있으면 좋은 것들'을 만들어내는 식이 많다. 혹은 있어 보이는 것들, 남들 어디 스타트업이 블로그에 올려놓는 것들을 따라 하는 경우도 많지 않은가? 하지만 제도라는 것도 현실세계에 있는 문제 상황이나 Pain Point를 해결해주는 Fit이 잘 맞아야 작동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온보딩도 신규 입사자의 관점이 가장 중요하고, 내가 직접 겪었던 Pain Point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누군가 겪지 않게만 만들어도 'OO한 기능이 작동하는' 온보딩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 내가 해온 모든 조직문화라고 불릴 수 있는 것들은 그렇게 만들어왔다.


하드랜딩의 방식을 소프트하게 풀어내려면 이런 요소들이 셋팅되어야 할 것 같다.




소프트랜딩을 위한 조건

[ 요약 ]

1. 회사의 정보를 파악하기 쉬운/알리기 쉬운 의사소통 채널을 갖추어야 한다.

2. 업무 방법론이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

3. 학습 가이드가 있어야 한다.




1. 회사의 정보를 파악하기 쉬운/알리기 쉬운 의사소통 채널을 갖추어야 한다.

 : 신규 입사자가 소프트랜딩 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직 체계를 잡는 게 우선이다. 단순히 신규 입사자를 위한 온보딩 가이드만 만든다고 소프트랜딩이 되는 게 아니다. 구성원 50명 이상의 큰 조직이라면 몇 주에 걸친 오리엔테이션과 교육을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조직 체계 자체가 소프트랜딩 할 수 있게 셋팅되어 있어야 한다. 사실 구성원이 많건 적건, 회사가 크건 적건 지금부터 말하는 조직 체계는 스타트업의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접근성이라 함은, 그냥 접근할 수 있다고 접근성이 높은 건 아니다. '쉽게' 보고,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의사소통 채널의 예시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각 구성원의 업무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

    - 신규 입사자는 누구에게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 모른다. 또한 신규 입사자가 개개인에게 알아서 하나하나 물어봐야 하는 것은 부담이 크고 비용도 크다.

    ▷ Action Item : 각 구성원의 Job description (어떤 역할이며 무슨 업무를 맡은 역할인지)

    ▷ Action Item : 각 구성원의 업무 리스트나 주간 업무 현황 등 (4~5줄 간단하더라도)


  2) 사업에 대한 전체 업무 현황 대시보드.

    - 조직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쉽게 볼 수 있어야 하고, 정기적으로 공유되어야 한다.

    ▷ Action Item : 현재 조직이 달성하고 있는 지표들을 "누구나", "실시간으로", "쉽게" 볼 수 있는 KPI 대시보드

[ KPI 대시보드 ]
- 누구나 : 정보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 실시간으로 : 수시로 확인할 수 있는 최신 정보여야 한다.
- 쉽게 : 정보를 해독하는 데에 너무 많은 시간이 들거나, 배경지식이나 개별학습이 필요해서는 안 된다.

    - 조직의 목표를 위한 어떤 Task들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 Action Item : 위 목표에 맞는 Task들이 정리된 업무 대시보드

[ 업무 대시보드 ]
- 현재 사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Task들을 대충이라도 볼 수 있어야 한다.
- 각 Task에는 R&R, Due date가 명시되어 있어야 한다.


  3) 커뮤니케이션 채널 (업무 툴, 회의 등)

    - 조직에 대한 정보들을 잘 공지하고 공유할 수 있는 체계가 있어야 한다.

    ▷ Action Item : 정기적으로(Ex. 주 1회) 전사 공유되어야 하는 정보들을 구두로 + 텍스트로 공유해야 한다.

[ 전사 공유되어야 하는 정보들 예시 ]
회사의 비전과 목표(OKR, KPI 등) ,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현재 상황, 지난 시기에 비한 지표의 변동사항, 조직 구조나 문화의 변화, 조직 안에서 잘했거나 축하할 일 등

    - 다른 구성원과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론장이 있어야 한다.

    (이름만 회의이고 서로 정보/의견을 나누지 않는다면 그것은 공론장이 아니다)




2. 업무 방법론이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

 : 우리 조직의 일하는 방식이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 난 다른 사람이랑 일할 때 항상 그라운드룰부터 셋팅한다. 이를 테면 호칭은 어떻게 하고, 피드백 방식은 어떻게 하고, 일하는 시간은 어떻게 하고, 과업은 어떻게 나눠갖는지 등등의 일하는 방식에 대해 서로 다른 사람끼리 합의를 보아야 한다. 처음에 서로 '난 이런 식으로 한다' 정도만 공유해도 차이가 크다.


 일하기 전에 일하는 방법에 대해 먼저 고민하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자기만의 업무 방법론을 만드는 것 또한 기본이고, 서로 다른 업무 방법론을 공유해서 팀 안에 합의된 방식을 정하는 것도 기본이다. 그 기본적인 걸 안 알려주면 '마시면서 배우는 술 게임'이 된다. 그게 제일 효율적일까? 사내 교육할 시간이 없다? 사내 교육까지도 필요 없다. 정리된 텍스트 몇 장과 간단한 오리엔테이션만 하면 된다. 어차피 한 번에 외우거나 적응하지 못하지만 이런이런 방식이 있다는 것만 인지시켜도, 일할 때 '당황스러움'이 전혀 없어진다. 지금 이 글의 목적은 단박에 신입사원을 일 잘하는 사원으로 육성하는 게 아니라 '소프트'랜딩 하는 것이다.


 업무 방법론은 사업마다, 회사마다, 팀마다, 구성원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내용들을 정리해야 할지가 각기 다르다. 그냥 지금 생각나는 것들을 예시로 적어보자면 이렇다.


- 업무 툴의 종류가 무엇 무엇이 있고, 각각은 어떤 용도로 쓴다.
(Ex. 우리는 구글 캘린더 안 쓰고 아사나에서 일정 관리해요)

- 서류/문서의 양식이 있다.
(Ex. 파일명은 '191219_파일명_v1.2'와 같이 표기합시다 / 회의록에는 반드시 Action Item과 R&R이 표기되어야 해요)

-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있다.
(Ex. 우리는 기획 단계부터 개발자와 함께 논의해요 / 다른 팀에 업무 요청할 땐 그쪽 팀장을 거쳐야 해요)

- 민감한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합의가 있다.
(Ex. 피드백할 때는 항상 칭찬을 먼저 하자 / 퇴근 이후 시간에는 업무 알람을 줘도 상관없게 하되, 상대가 확인 안 하더라도 절대 뭐라고 하지 말자-긴급제외)

- 회의 종류/빈도/진행방식에 대한 룰이 있다.
(Ex. 주간 업무보고 회의, 팀장 회의, 월간 전체회의가 있어요 / 회의 시작 전에는 항상 아젠다를 이해관계자에게 공유해주어야 해요)

- 각 직무 별로 협업 가이드가 있다.
(Ex. 디자이너에게 업무를 요청할 때에는 OO, OO를 알려주어야 해요 / CS담당자는 0~0시까진 실시간 회신이 어려우니 참고해주세요)


 기타 등등, 사실 수도 없이 많을 수 있다. 중요한 건 이걸 첫날에 다 외우라고 시키는 게 절대 아니다. 그리고 그냥 모든 업무 방법론을 A4용지 100장만큼 정리해놓는 게 중요한 것도 아니다. 소프트랜딩을 위해 우리에겐 이러이러한 업무 방법론들이 있다는 것을 주지 시키고, 다음번에 위와 같은 상황을 마주했을 때 당황스러움을 덜고 더 개방적인 마인드로 적응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함이다. 진짜 이렇게 적어놔도 꼭 오해하는 사람이 있다.


가장 좋은 건 한 두 페이지 분량으로 정리해두고, 오리엔테이션 할 때 아래와 같이 커뮤니케이션하는 식이다.


"우리는 이러 이런 업무 룰들이 있어요. 하나하나 잠깐 볼까요?"

"저희는 회의할 때 ~~ 하는 편이에요. OO님은 ~~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희가 이렇게 하고 있는 이유는 ~~ 때문이에요. OO님은 어떻게 일하시는 편이신가요?"


 이런 식으로 하나씩 짚어가며 자연스럽게 대화만 해도 끝난다. 이렇게 안 하면 혼자서 아무것도 모른 채로 일하다가 다음과 같은 경험들을 계속해서 겪게 된다. '뭐야 갑자기 회의를 하네?', '뭐야 업무 일정은 또 다른 데에 정리되고 있잖아?', '아 이럴 땐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난 몰랐는데'.. 이런 실수와 당혹스러움을 반복해서 겪으면 그게 이제 하드랜딩의 시작이다. 뭔가 새로운 일을 배울 때 계속해서 실수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구조에선 적응이 힘들 수밖에 없다.




3. 학습 가이드가 있어야 한다.

 : 너무 많은 정보들 속에서 무엇부터 파악해야 하는지, A라는 정보는 어디에서 알 수 있는지, 내가 A라는 정보에 대해서 어느 정도 수준으로 알고 있어야 하는지 등등에 대한 가이드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보의 홍수 속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액션 아이템을 뽑아볼 수 있겠다.


  1) 신규 입사자 온보딩 가이드

    - 입사 직후에 어떤 정보들을, 어떤 순서로, 어떻게 파악해야 하는지를 순서대로 정리하여 알려준다.

    - 직무에 따라 필요한 정보가 다르므로, 각각에 맞게 작성한다. 여기서도 마찬가지인데 이 많은 내용을 다 넣으라는 게 아니라, 아래는 예시를 위한 Full-Deck이다..

[ 온보딩 가이드에 포함되면 좋을 내용들 ]
- 기업의 미션, 히스토리, 비전, 목표
- 기업의 핵심 가치 및 인재상
- 기업의 OKR Map :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와 정량적 수치, 핵심 과업 등
- 기업의 대시보드 (KPI 대시보드, 업무 대시보드) : 위와 합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음. 대시보드의 핵심은 '누구나', '실시간으로', '쉽게' 현재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함.
- 조직 문화/복지/제도 : 출퇴근, 근무시간(점심시간), 휴가, 법인카드 사용법, 식비 지원, 교육 지원 등
- 기업의 업무 방법론 : 회의 종류/방식, 커뮤니케이션 룰, 업무 프로세스, 용어집 등
- 기업의 구성원 정보 : 조직도, 누가, 무슨 직무인지, 무슨 업무를 맡았는지(Job description) 등
- 근무 환경 셋팅 : 아카이브 채널(Ex. 구글 드라이브), 커뮤니케이션 툴(Ex. Slack) 초대, OS계정 공유, PC 셋팅, 기업 공유 계정 ID/PW, 업무 툴 안내(Ex. Amplitude 등), 사무실 비품 소개, 사무실 근처 식당 소개 등

    - 단언컨데 신규 입사자 온보딩의 핵심은 '다른 일을 시키지 않는 것'이다. 위와 같은 가이드가 있으면 일단 가이드대로만 하면 된다. 하지만 가이드만 던져주고 알아서 보면서 적응하라고 하면 절대로 갓 들어온 사람이 가이드대로 하지 않게 된다. 불안하니까. 그래서 가이드는 사람이 리드해야 한다.


  2) 내비게이션

    - 회사에 어떤 정보들이 관리되고 있는지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

    - 각 항목의 정보를 접근할 수 있는 링크나 방법이 표기되어 있어야 한다.

    Ex. 업무 툴(Ex. Slack, 잔디) 내에 공지사항으로 등록해두기.

    Ex. 업무 툴 중 하나인 노션(Notion)에 페이지 모아두기.


  3) 전문 분야에 대한 학습 가이드

    - 만약 학습이 필요한 전문 분야가 있다면 무엇인지 알 수 있어야 한다.   

    Ex. 우리 조직은 대시보드에 접근하기 위해 데이터 툴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 해당 분야에 대해 어느 수준으로 학습하면 되는지 정해져야 한다.

    Ex. "5개 핵심 지표만 스스로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면 돼요"

    - 학습은 자기 몫이다. 따로 교육이나 세미나가 있으면 좋지만 반드시 있을 필요는 없다.

   



소프트랜딩 시키기 vs 소프트랜딩 도와주기

 나는 조직문화든 제도든 간에 경영자 입장에서 관리하려고 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관리는 해야겠지만 '경영자 입장'이 아니라 '구성원 입장'에서 관리해야 한다. 구성원이 소프트랜딩 하도록 도와주는 게 아니라, 경영진의 입장에서 소프트랜딩 시키려고 노력하다 보면 Fit이 맞지 않는 솔루션이 나온다. 마치 창업이나 사업과도 같다. 고객의 Pain Point를 해결해주고 고객이 원하는 걸 주면 되는데, 사업자 입장에서 고객에게 도움될만한 것들을 주려고 하니까 Market Fit이 맞지 않는 제품이 나온다. 조직문화나 제도도 똑같다고 생각한다.


 나는 위에서 이야기한 소프트랜딩의 조건들이 거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담 팀이 있어서 내용을 기획하고, 무슨 가이드를 몇 페이지 만들고, 사내 교육 체계를 잡고, 그런 식으로 해야 하는 일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조직에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인 것 같다. 사실 저게 전담팀까지 필요한 일일까?


 하드랜딩 방식의 장점들을 잘 살리고, 스스로 온보딩 할 수 있는 소프트랜딩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시간이 늦을수록 조직은 경직되고 변화가 어려워진다. 그전에 기본적인 체계와 구조를 셋팅해놓을 수 있다면 가장 좋을 것 같다. 내가 큰 규모의 스타트업에서 일한 경험이 없어서 그건 모르겠다. 그래도 본질이 '본질'이라 불리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며, 위와 같은 내용들은 본질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갈수록 세상은 '인간이 스스로 학습하도록' 변하고 있다. 강사가 강의하고, 강의실에 몰아넣어 집체 교육하는 시대는 사라진다. 기업에서도 스스로 학습하고 알아서 적응하는 사람을 뽑고자 한다. 그렇다면 조직 구조도 스스로 소프트랜딩 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회사가 무슨 교육 시간 편성해서 강의해주고 알려주는 시대가 지나갔다고 한다면, 신규 입사자가 가장 원하고 필요로 하는 시스템들을 갖춰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온 세상에 모르는 것 투성이다. 답답하고 잠이 안 온다. 아직도 '하드랜딩' 하고 있는가 보다.




- 끗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