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조용히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내보다 아이가 일찍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주 어릴 때는 아이를 지켜보고 있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아내를 깨웠습니다. 그런데 책읽기, 역할 놀이 등 아빠와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아빠의 출근을 방해(?)하기 시작하더군요.
어젯 밤에 그리다가 중단한 그림을 그리자, 좋아하는 책을 들고와서 읽어달라, 아끼는 인형을 갖고 와서 같이 놀자.. 아빠가 출근해선 안되는 이유를 다양하게 만들어 놓습니다. 정말 급한 일이 아니라면 출근 준비를 하다가 잠시 멈추고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고, 인형놀이를 합니다. 아내의 아침잠을 방해하고 싶지 않고, 아이와 좋은 추억(?)이 생기는 기회이니까요.
아이가 아빠를 '순수한 마음'(?)으로 찾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지금 이 시간이 나에게 주어진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순간을 감사히 여겼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이 정말 짧더군요. 하루는 "아빠, 회사 가지말고 나랑 놀아요"하면서 꼭 끌어 안고 놓지 않았습니다. '이런게 딸 키우는 재미야..'하며 다독이고 있는데, 뒤에서 지켜보던 아내가 딸아이에게 "아빠가 회사 가서 일해야 마이쭈도 사주시지"했더니... 놓지 않던 팔이 스르륵 풀어지더군요.
마이쭈.. 장난감.. 용돈.. 그 다음은 남자친구.. 이제는 차트에서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다섯 손가락 안에 있으니, 지금을 즐겨 보려고 합니다. 아직까지는 말이지요. 대한민국의 딸 가진 아빠들의 건승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