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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Jan 09. 2020

고부갈등엔 판검사가 아니라 변호사가 되어야 합니다

남편 : (약간 자뻑하며) 여보, 나는 당신이랑 엄마 사이에서 정치를 좀 잘하지 않아?  

아내 : (남편의 반응에 으아하며) 못하진 않은데.. 잘하는지는..

남편 : (많이 당황하며) 왜?

아내 : ('잡았다 요놈!' 하듯) 얼마 전에 저녁 먹을 때 어머니랑 영상 통화할 때 기억 안 나?

남편 : (영상 통화한 것도 기억이..) 왜? 무슨 문제 있었어?

아내 : 어머니께서 '아이고.. 우리 손녀 저녁인데 빵 먹네'라고 하셨잖아. 그러면 '간식이에요'라고 답을 해야지.. 암말도 안 하더라.           

남편 : (웃으면서) 엄마는 그런 거 신경 안 쓰셔. 걱정 마.

아내 : 무슨 신경을 안 쓰셔. 어머니가 얼마나 '밥'을 챙기시는데.. 저녁으로 빵 먹는 줄 아실 거 아냐.


본가와 아내 사이에 갈등 때문에 걱정하는 후배에게 잔소리를 한 바가지 하고 집으로 와서 아내와 나눈 대화입니다. 저는 스스로 '고부갈등'을 만들지 않는 남편이자 아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내 입장에선 아직도 부족한 남편이더군요. 그래도 제가 나름 고민하고 신경 썼던 부분을 말씀드리면..


1. 고부간 갈등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본인이 보기에 갈등이 없다면, 아내에게 '어머니에게 아쉽고, 서운한 부분'이 없냐고 물어보시면 됩니다. 만약 아내가 '없다'라고 하면.. '나한테 거짓말한 거 있냐고'물어보면(응?).. 사랑해서 결혼한 부부도 살다 보면 '치약 짜는 것'부터 '소비생활'까지 맞는 것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인데,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어떻게 잘 지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아내 입장에선 남편의 '못된 버릇'은 시어머니의 지분이 일정 부분 있는데, 어떻게 감사하고, 존경하고, 사랑할 수만 있겠습니까..


2. 아내 앞에선 아내 편, 어머니 앞에선 어머니 편을 들어야 합니다.

많은 남편들이 두 사람의 갈등을 해결하려고 아내 앞에선 어머니 입장을, 어머니 앞에선 아내 입장을 말합니다. 마치 판검사가 된 듯 잘잘못을 따지고, 해결책을 제시하면 '오늘도 평화로운 우리 집'이 될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문제 해결은커녕 두 사람에게 '신뢰'를 잃게 되는 지름길일 뿐입니다. 아내 앞에선 아내의 이야기를, 어머니 앞에선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다. 마치 변호사처럼 '나는 죄가 없다'는 의뢰인의 말을 믿고, 공감해야 합니다. 그것이 첫 단추이자, 유일한 생존법입니다.


3. 선을 넘지 않아야 합니다.

아내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을 때, 적절한 수준의 '선'을 지킬 필요가 있습니다. 결혼 전엔  어머니 말씀을 귓등으로도 안 듣더니 갑자기 '두 귀를 쫑긋, 두 눈을 반짝'하는 아들의 태도는 의심받기 좋습니다. 아내 이야기에 과몰입해서 너무 흥분한 나머지 '선을 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상대방의 숨겨진 허물을 들추거나, 공감한다면서 '험한 말'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새로운 전쟁의 원인 제공자가 되기도 하고, 이중간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효자 남편이랑 사는 건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아들 키워봐야 소용없다'는 말도 많이 합니다. 우리는 이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춰야 합니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주저앉지 말고, 어느 장단이 나와도 당황하지 않고 춤추고 노래할 수 있는 '멋진 남자'가 되시길 바랍니다. 우선 저부터..


Small things often.

 

* 꽤 오래전에 아내를 위해 차린 주말 아침.. "어머니! 저는 정말 빵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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