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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Jan 14. 2020

아빠가 딸을, 남편이 아내를 이길 수 없는 이유

저는 스스로 대화를 하면서 문제를 잘 풀어가는 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예외인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딸아이가 여섯 살이 되면서 (어쩌면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부터 말싸움에서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어제저녁 거실에서 전화영어 수업을 하고 있는데, 딸아이가 본인 방에서 나와서 거실에서 큰 소리를 계속 냈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아이에게 '아빠가 공부할 때는 조용히 해줄래?'라고 말하자 얼굴을 붉히며 세상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본인 방으로 들어가더니.. 선글라스를 쓰고서 돌아다니더군요.


아내가 황당해하며 '왜 선글라스를 쓰고 다니냐'라고 물어보자 아이는 울먹거리면서 '아빠가 약속을 안 지켰잖아. 나한테 무서운 표정으로 말하지 않기로 했는데, 또 무서운 표정으로 이야기했다고!' 하며 억울함과 분노를 표출하더군요. 사실 제일 당황스러운 건 저였습니다. 맹세코 '무서운 말투'로 말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마음에 '불편함'을 담고 있었기 때문에 저의 사과로 '전쟁'은 끝이 났습니다. 철저하게 제가 진 싸움이었습니다.


문득 아내와 의견 충돌 또는 아내가 서운함을 표현할 때가 생각났습니다. 아내는 매우 기본적인 그리고 항상 강조한 원칙을 기준으로 말을 합니다. 왜 나에게 미리 말하지 않냐, 왜 내가 하지 말라는 것을 하냐, 왜 건강을 생각하지 않냐.. 고 서운해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당시 상황이 '어쩔 수 없음'을 말하기 문에 결국 '원칙 vs. 상황'이 되고, 결국엔 '원칙'이 승리를 하게 되더군요.


잠시 후에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어서 다시 딸아이 방으로 갔더니 종이에 '하트'표시에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고 써놓았더군요. 아이 옆에 앉아서 '아빠가 앞으로 무서운 표정으로 말 안 할게.' 그러자 딸아이는 '알았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그런데 우리 따님도 아빠에게 조금 친절하게 말해주면 좋겠어요. 알았지요?' 딸아이는 '네, 그럴게요'라고 말했습니다. 아내에게 '우리 화해했어'라고 말하자 딸아이는 '아까 내가 이 그림 그릴 때 다 화해한 건데?'라며.. 본인이 이 문제를 해결한 듯 당당히 말하더군요. 싸움을 시작할 때, 싸움을 본격화할 때, 싸움을 마무리할 때..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는 완패였습니다.


딸아이가 잠든 후에 아내에게 '어쩜 저렇게 대단한 따님을 낳으셨나요?'라고 한마디 했습니다. 아내가 피식 웃으며 '나는 절대 저렇지 않았어. 딱 당신 닮았는데? ㅎㅎ'라고하자 저는 아내에게도 지고 말았습니다.


Small things often.


* 딸아이가 전투(?) 중에 쓰고 다닌 선글라스.. 오늘부터 미운 일곱 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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