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조직문화에 대해서 다양한 표현이 있지만 저는 그중에서 '고맥락(high context)'이라는 단어를 먼저 말하곤 합니다. 베스트셀러 저자인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에서 처음 알게 된 단어인데, 문화에는 맥락이 중요한 고맥락 문화와 맥락이 덜 중요한 저맥락(low context) 문화가 있습니다. 보통 동양에서는 고맥락문화가 서양에서는 저맥락문화가 발달했다고 합니다.
고맥락문화를 한 단어로 설명하면 바로 '눈치'입니다. 예를 들어 11시 40분 즈음 팀장이 앞에 앉은 김대리에게 '자네 배 안 고파?'라고 물어봤습니다. 고맥락문화에서는 눈치 있게 '팀장님, 오늘은 조금 일찍 식사하러 가실까요?'라고 말하는 반면, 저맥락문화에서는 배가 고프냐는 질문에 '아니요. 괜찮은데요?'라고 말한다는 거죠.
과거에는 리더에게 정보와 힘이 집중되어서 '눈치'있는 사람이 기회를 잡았지만 이제는 후배들도 선배 못지않은 정보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즉 선배들과 후배 사이에 '맥락'보다는 '정보'가 흘러야 합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많은 조직이 '고맥락문화'에 익숙합니다. 고맥락문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선배가 어떤 일을 할 때 후배가 '왜 하는 거예요?'라고 질문하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마치 경주마처럼 내 앞에 부여된 과제를 빨리 해결하는데 집중하다 보니 잘못된 길을 들어서기도 합니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 리더들은 항상 '계획이 있는 것처럼' 말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리더들도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선배가 후배에게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라고 물어보는 장면을 보고 싶습니다. 때로는 후배가 선배에게 '이 프로젝트는 왜 하는 건가요'라고 물어보는 장면도 보고 싶습니다. 더 이상 과거의 경험을 기반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해서 살아남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작년 겨울에 유행했던 아이템이 올 겨울에 다시 유행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선배라고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후배라고 아무것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경험이 부족한 후배들이 내놓는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후배들과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실행에 옮기고, 시행착오를 거쳐 성장하는 것이 조직과 구성원 모두에게 더 좋지 않을까요?
어떤 후배가 성장의 기회를 주지 않는 선배를 따를까요? 업무를 깊이 파고드는 후배를 선배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물론 기회를 줘도 기회인지 모르고 볼멘소리를 하는 후배가 있기 마련입니다. 후배를 쥐 잡듯 잡는 것을 '추진력'있다고 인정하는 임원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런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말이죠.
<배달의 민족> app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2대 CEO 김범준 대표가 처음으로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다짐과 계획을 발표하는 내용 중 일부가 김봉진 대표의 페이스 북을 통해서 공개되었습니다. 리더의 실수는 정보를 통제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지배하면서, Why와 How를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했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살아갑니다. 가정에서부터 회사까지 서로에게 Why와 How를 자연스럽게 묻고 답하는 문화가 넘치는 한 해가 되길 바라봅니다.
Small things often.
* <초짜 CEO가 저지르는 실수>를 발표하고 있는 김범준 대표 (출처 : 김봉진 대표 facebook)
[직장생활 관련 글은 제가 근무하는 회사와는 관계 없고, 개인적인 의견임을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