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팀장 된 거 축하해요. 물론 100% 축하만 할 일이 아니라는 거 알아요. 같은 회사에서 승진한 게 아니라 타사로 전배 되어 팀장이 되었으니 회사도 어색하고 팀원도 어색하고, 게다가 팀원들도 만만치 않은 사람들이라고 하니 듣기만 해도 쉽지는 않네요.
제가 팀장을 해본 적은 없지만.. 수많은 리더를 직간접적으로 만나봤기에, 장군의 갑옷을 장군이 만드는 것은 아니기에, 팔로워도 상황에 따라서는 리더십을 발휘하기에.. 한 말씀 올릴 게요. 어쩌면 오늘 글은 언젠가 팀장이 될지도 모를(김칫국 드링킹..ㅋㅋ) 저에게 보내는 편지일 수도 있겠네요.
1. 좋은 남자 친구가 좋은 남편이 되는 건 다른 문제예요.
누나가 지금까지는 훌륭한 팀원이었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하지만 좋은 선수가 좋은 감독이 되는 것을 담보하지 않아요. 어쩌면 결혼 이야기가 좀 더 와 닿겠네요. 좋은 남자 친구라서 결혼했더니 좋은 남편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수많은 남자 선후배들 봤잖아요? 하하.. 점수를 얻는 남자 친구가 아니라 점수를 잃지 않는 남편이 되어야 해요. 우선은 누나가 팀원 시절 '싫어했던 팀장의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먼저예요. 그것만 꾸준히 잘해도 '나쁜 팀장'은 안될 겁니다.
2. (자신의) 연약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강한(신뢰를 받는) 팀장이 됩니다.
사자는 대낮에 낮잠을 잡니다. 눈을 감고 있어도 감히 사자를 공격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작은 세계지만 누나는 '우두머리'가 되었어요. 그러니 우선은 후배들이 지금까지 해온 일에 대해 (마음엔 안들 수도 있지만) 인정을 먼저 해주세요. 그리고 앞으로 더 좋은 방향으로 만드는 데 그들을 참여시켜주세요. 누나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하기보다는 '이 산업에 대해서는 아직 내가 잘 모르겠다', '이런 부분은 내가 약하다' 같은 모습을 보여주세요. 아무리 좋은 방향이라고 해도 처음 보는 팀장이 '니들은 틀렸고, 내가 옳아'라고 하면 거부감만 얻을 가능성이 높아요. 물론 뒤통수치는 애들도 있긴 합니다. 그러니 조심은..
3. 리더가 되어도 아직은 & 여전히 팔로워인 것을 잊지 말아요.
너무 아래만 보면서 힘들어하지 마세요. 지금 누나의 힘듦을 보면서 'Latte is a horse'를 말하고 싶은, 초보 팀장인 누나에게 훈수 두고 싶어 하는 선배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그분들에게 조언을 구하세요. 그 조언을 따르는 후배가 아니라 조언을 구하는 후배가 되라는 겁니다. 물론 수많은 조언 속에서 누나에게 필요한 조언을 잘 활용하기도 해 보세요. 때로는 '알려주신 방법을 시도해보니 이런 점이 좋았다. 이런 점은 어려웠다' 같은 피드백도 드리세요. 누나의 성과는 후배가 만들지만, 누나의 승진은 그들이 결정하는 거.. 알잖아요?
아쉽게도 좋은 상사는 존재하지 않아요. 알고 있지요? 하하.. '사무실에서 만났으니 사무적으로 대하자'는 밀레니얼에게 익숙해지세요. 그 친구들과 함께, 그 친구들을 통해, 그 친구들로부터 누나의 성과는 나오게 되어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물론 누나가 팀장이라는 것도 말이죠. 그저 첫 번째 보직일 뿐이에요. 앞으로도 계속 기회는 올 겁니다. 그러니 어서 넘어지고 구르세요. 점점 더 높이 올라간 후에 넘어지면... 누나의 오늘과 저의 내일에 행운을 빌어요.
Small things often.
* 갑자기 비가 올 때, 후배에게 '우산 선물하기' 보다는 '비 오는 데 일찍 가자'는 팀장이 되길..
[직장생활 관련 글은 제가 근무하는 회사와는 관계 없고, 개인적인 의견임을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