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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Jan 29. 2020

마스크를 쓰고 퇴근하면 마스크 안 쓴 사람만 보인다..

어제 출근길 아내가 마크스를 챙겨줬습니다. 마스크는 평소에 종종 하고 다녔는데, 오늘은 꼭 착용하라고 신신당부를 하면서 배웅을 했습니다. 숨을 쉴 때마다 인중 사이에 땀이 맺혀갔지만 조심할 시기인 만큼 꾹 참고 출근을 했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3호 환자가 회사 인근 지역을 돌아다녔다는 기사를 읽었기 때문에 조심히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화장실에서 손도 평소보다 오래 씻었습니다. 


어느덧 퇴근시간이 되어 다시 지하철에 올랐습니다. 퇴근하면서 처음으로 타자마자 빈자리가 보여서 잽싸게 앉았습니다. 그런데 기분이 묘해서 주변을 둘러보니 왼쪽 옆자리부터 오른쪽 옆자리까지.. 제 주변 7명 중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딱 한 사람뿐이었습니다. 오른쪽에 앉은 아저씨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뉴스를 보면서 마스크는 착용하지 않으셨고, 앞에 서 있는 청년은 자신의 오른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재채기를 하고 다시 손잡이를 잡았습니다. 


만약 지난 화요일 퇴근길에 같은 자리에 앉았다면 너무 좋아서 어깨를 들썩이면서 '오늘 참 운이 좋군'했을 겁니다. 그런데 어제 퇴근길은 갑자기 새로운 세상이 된 듯했습니다. 주변 사람이 마스크를 썼는지, 재채기나 기침을 하는지.. 같은 공간 다른 느낌이더군요. 물론 아직 2차 감염 소식도 없고, 본인이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손만 잘 씻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말이죠. 아마도 앞에 서있는 청년은 자신이 재채기를 할 때마다 고개를 들썩인 아저씨가 불편했을 겁니다. 


같은 상황에서 입장이 다르면 어떤 느낌일지 확실히 느낀 하루였습니다. 왜 수많은 부부가 치약을 중간부터 짜는지, 끝부터 짜는지에 대해서 예민해지는지.. 그럴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 어군요. 예민해질수록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듭니다. 에너지가 부족할수록 참을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듭니다. 안전에 대해서는 조금 더 예민해져도 사람에 대해서는 조금 더 여유를 갖자고 스스로 다짐해 봅니다. 


Small things often. 


* 망치든 사람에게 못만 보인다고.. 볼트를 좋아하는 소녀에겐 너트만 보이는 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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