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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Feb 07. 2020

영화 <라푼젤>에서 말하는 '꿈이 있다'는 것

어젯밤 딸아이가 '아빠, 나는 커서 노래를 만드는 작(곡)가가 될래.'라고 하면서 본인의 자작곡을 몇 번이나 부르더군요. 대사의 상당 부분이 방귀와 응가라서 누군가에게 보여주긴 어려운 노래였지만, 딸아이가 '꿈'이 있다는 것이 기뻤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꿈을 이야기할지도 기대가 되더군요.


저희 딸이 가장 좋아하는 만화는 2010년에 개봉한 라푼젤(Tangled)입니다. 디즈니 장편 만화가 그렇듯 실제 이야기와는 조금 다른 내용이지만 저와 딸은 원작보다 디즈니의 라푼젤을 더 좋아합니다. 딸아이가 좋아하는 이유는 라푼젤의 보라색 드레스와 길고 긴 금발 때문입니다. 덕분에 일주일에 한편 정도는 함께 라푼젤을 봅니다.


영화 <라푼젤>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라푼젤이 18년간 꿈꿔왔던 유등을 기다리는 순간입니다. 매년 라푼젤의 생일에 왕과 왕비가 잃어버린 딸(라푼젤)을 그리워하면서 백성들과 함께 날리는 수많은 유등인데, 라푼젤은 탑 속에서 봐왔던 겁니다. 언젠가 직접 보고 싶다는 꿈을 꾸면서 말이죠. 드디어 유등이 떠오를 때, 라푼젤은 유진에게 걱정 어린 표정으로 물어봅니다. '꿈이 이뤄진 다음에는 어떻게 하지?' 그러자 유진은 쿨하게  '새로운 꿈을 찾으면 되지'라고 대답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NkkUuh44eU


어린이들은 마술사부터 대통령까지 정말 다양한 꿈을 저마다 갖고 있습니다. 나이를 먹으며 점점 현실을 깨닫고 '대학', '취업' 같은 일을 '꿈'이라고 말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한 여자를 만나 정말 오랜만에 '저 여자와 결혼하고 싶다'는 꿈을 꾸죠. 그리고 '딸 바보가 되고 싶다'거나 '아들과 대중목욕탕에 갔다가 바나나맛 우유를 마시고 싶다' 같은 꿈을 꿉니다. 그 후에는 어떤 꿈을 꾸시나요?


금요일이 되면 아내에게 '하고 싶은 일, 먹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을 물어봅니다. 아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들어보는 겁니다. 가끔은 아내에게 'ㅇㅇ 일은 아직 하고 싶어?', '나중에 ㅇㅇ 하면 어때?'라며 미래 계획도 묻고 하지요. 제게도 꿈이 필요하듯 아내에게도 자신의 꿈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질문과 대화가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삶이란 어쩌면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습니다. 멈추는 것이 오히려 더 위험합니다. 왼쪽 발을 돌리면 오른쪽 발을 돌리고 일정 수준의 속력을 내어야 안정감이 생깁니다. 우리가 살면서 꾸는 꿈은 꼭 엄청나게 커야 할 필요도, 꼭 하나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집에선 좋은 남편과 아빠, 회사에선 인정받는 동료, 밖에서는 즐거운 친구.. 요즘에 제 꿈은 언젠가 브런치에 썼던  글로 '책'을 내보는 겁니다. 책을 출간하는 꿈을 이룬다면 제 다음 꿈은 '2번째 책'입니다.


Small things often.


* 라푼젤 드레스에는 금발 머리도 같이 있답니다. 조금만 지나면 '언제 저런 옷을 좋아했냐'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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