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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Feb 29. 2020

유전자 힘은 정말 대단하다 (feat. 딸의 잠꼬대)

엊그제 아내와 이야기를 하다가 아내가 '당신 요즘 다시 잠꼬대하더라'라면서 제 잠버릇을 이야기하더군요. 결혼 초기에 아내가 놀란 저의 잠버릇 3가지가 있었는데요. 첫 번째는 머리만 대면 5초 만에 잠드는 것(아내는 장난하는 줄 알았다고), 두 번째는 코골이 소리가 엄청 큰 것(100일 정도 지나니 '적응'이 되더라고), 마지막으로 잠꼬대를 대화하듯 정확한 발음으로 하는 것(이것도 장난하는 줄 알았다고)입니다. 


오늘 아침 딸아이 코 고는 소리에 잠을 깼는데, 갑자기 '엄마, 화장실 가고 싶어요'라고 해서 일어나 보니.. 잠꼬대를 하는 거였습니다. 그리고는 정확한 발음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코를 골더군요. 결혼 초기에 아내가 제 모습을 보고 얼마나 놀랐을지 느껴졌습니다. 한편으로는 유전자의 힘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했지요. 


지난해 어느 주말 저녁에는 아이가 '배가 아프다'면서 병원에 가자고 조르더군요. 제 발로 병원 가자는 게 신기해서 '정말 아픈 거 맞냐'라고 다시 물어봤습니다. 병원에 가려고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는데, 녀석이 '그럼 뭐 입고 가요?'라며 핑크색 머리띠를 쓰면서 그날 산 구두를 챙기더군요. 결국엔 병원에 가는 차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예쁜 옷, 신상 좋아하는 건.. 본능이기도 하겠지만 제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아서 '아버지도 이런 기분이셨을까. 허허..' 하며 집으로 왔습니다. 


아이가 커가면서 부모의 모습을 닮아가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무섭(?) 기도 합니다. 어제 본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 '아이는 부모의 등짝을 보면서 자란다'는 대사가 나오던데요. 전적으로 동감하고 동의합니다. 하지만 잠버릇은 어떻게 닮는 걸까요...


Small things often.


* 한 손에 쏙 들어왔던 녀석의 작은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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