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니는 회사는 몇 년 전부터 자율 출퇴근을 하고 있습니다. 나름 규칙적인 생활을 선호해서 일정한 시간에 출퇴근을 하고 있지요. 코로나 19가 확산되는 요즘에도 평소에 다니던 시간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평일에 가족들과 저녁을 먹거나 아이와 놀이터에서 노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어제는 대중교통이 아니라 자가용으로 출근을 해서 조금 일찍 퇴근을 했습니다. 다행히 업무도 일찍 끝나고, 내부순환도로에서 에너지를 쏟고 싶진 않았습니다. 덕분에 다른 사람들이 퇴근할 무렵에 집에 도착을 했지요.
아내와 딸아이는 웬 일로 이렇게 일찍 왔냐며 놀랐고, 정말 오랜만에 평일에 온 가족이 같이 식사를 했습니다. 유치원 개학이 2주간 연기되었다는 교육부의 발표 때문인지, 꽤 오랫동안 24시간 아이를 데리고 있어서인지.. 아내도 많이 피곤해 보이더군요. 저녁을 먹을 때도 아직은 해가 떨어지지 않아서 딸아이에게 '저녁 먹고 아빠랑 놀이터 갈까?'라고 물어봤습니다. 아내는 사람들 있으면 어쩌냐고 걱정을 하고, 딸아이는 신나서 팔짝팔짝 뛰었습니다.
슬슬 어두움이 깔리는 시간, 다행히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는 딸아이 혼자만의 공간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야외에서 아빠랑 노는 게 신났는지 딸아이는 그네, 시소, 미끄럼틀, 철봉까지.. 모든 놀이기구를 섭렵하고 자신만의 룰을 적용하는 '잡기 놀이'로 기어코 아빠를 이겼습니다. 겁 많은 녀석이 전등에 불이 들어오고 나서도 한참 그렇게 뛰어다녔습니다.
아내가 조금이라도 더 쉬었으면 하는 마음에 돌아오는 길엔 단지 앞에 있는 마트에 들렸습니다. 딸아이는 여기저기를 둘러보면서, 뽀로로 과자는 여섯 살 때 좋아했는데, 일곱 살 되면서 안 좋아해요, 이건 무슨 맛이에요, 여기 과자가 전부예요.. 같은 온갖 평가와 질문을 하더니 결국엔 '반지 사탕'을 골랐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제 손을 잡고 오면서 '아빠랑 노니까 정말 좋다', '아빠가 정말 좋다'.. 온갖 이쁜 말을 쏟아내더군요.
먼 훗날 2020년을 기억할 때, 아마도 코로나 19를 가장 먼저 떠올리겠지요. 하지만 그 기억의 끝에는 딸아이와 즐겁게 보낸 시간도 함께 생각날 듯합니다. 언젠가 딸아이가 나중에 아빠를 생각할 때, 아빠의 그림자를 밟으며 즐거워했던 기억도 있으면 좋겠네요.
Small things often.
* 바이러스가 떠나면, 그땐 우리 제대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