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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Oct 27. 2019

지금 아내와 대화를 하고 계신가요?

지난 5주간 매주 토요일에 3040 아버지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Bold Ground'에 참여했습니다. 힙한(?) 아버지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아빠 잡지 [볼드 저널]로 유명한 '볼드 컴퍼니'에서 만든 워크숍인데, 파일럿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8명의 아버지가 매주 토요일 오후에 모여 4시간씩 강의를 들으며 자신의 삶과 고민을 나눴고, 정말 즐겁고 유익했고 신선했습니다.

그중 4번째 세션은 성수동에 있는 강의실이 아닌 호텔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곳에서 아내와 오후 2시 30부터 10시 30분까지 8시간 동안  스마트폰, TV, 외출 없이 8시간 대화를 해야 했습니다. '아내랑 함께 살아온 시간이 몇 년인데..' 하면서도 '스마트폰'이 없다는 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8시간 동안 혼나면 힘들겠다'는 생각도 살짝 들었고, 8시간이나 어떤 대화를 하라는 건지도 걱정을 했습니다.

다행히(?) 코치님께서 '참고'하라며 대화 질문카드를 잔뜩 주셨습니다. 코치님께서는 참고를 하라셨지만 의존을 하게 되더군요. 그런데 질문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동안 '충격'을 받았습니다. 배우자가 좋아하는 색상,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영화, 어린 시절 아버지/어머니에 대한 이야기 등.. 연애 초기에 아내를 꼬시려고 열심히 했던 질문들도 보이고, 배우자가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때 행복한지 같은 정말 제가 알아야 하는 데 모르고 있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핵심은 '배우자 존재 자체'에 대해 대화를 하는 거였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추천하자면, 배우자에게 가장 칭찬받고 싶은 점은 무엇인가요?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무엇인가요? 요즘 가장 많이 검색하는 주제는 무엇인가요? 어떤 때 배우자로부터 크게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나요? 배우자가 나에 대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동의하나요? 등입니다.

8시간의 대화를 마치고 나서, '부부 사이에서 대화는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6년간 아내와 끊임없이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에게 매몰되지 않고 아내에게 집중하려고 노력했는데.. '내가 아내와 한 것은 무엇이었던가'하는 질문과 함께 허탈함이 들더군요. 아내에게 말을 했지만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의 처리 과정, 주말에 해야 할 일과 갈 곳의 정보, 아이에 관한 사건,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유튜브 영상에 대한 설명 같은 아내와 제 주변에 있는 일들만(!) 나누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아내라는 사람 자체에 대해서, 아내라는 사람의 존재에 대해서는 어느덧 소홀해지고 있었습니다.

살다 보면 '당연하게, 자연스럽게'라는 미명 아래 서로의 존재에 대해서 잊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배우자를 '존재 자체'로 바라보고, 관심을 갖고서 대화를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처음엔 '어설픈 자막'을 읽는 기분이 들 수도 있지만 효과는 정말 보장합니다. 오늘 한번 시도해보시길 바랍니다.


Small things often.


* 다음날 호텔 조식을 먹으며 바라본 일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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