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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Mar 15. 2020

통장에 쓰는 육아일기

딸아이가 태어난 후부터 성장, 도전, 성취하는 일이 생기면 기념하고자 3천원, 5천원, 1만원을 통장에 입금해서 기록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육아일기인 셈인데요. 이제보니 딸아이를 위해 꾸준히 해온 유일한 일이 되었습니다. 두돌이 될 때까지는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이 눈에 띄게 많이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첫 아이에다, 아이도 처음 하는 게 많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지금은 한달에 1번 입금도 쉽지 않더군요. 처음 만났을 때는 소소한 것도 잘 챙겼지만 어느새 익숙해져서 무뎌진 커플처럼.. 부녀관계도 그렇게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딸 아이가 이제는 제법 사람티(?) 나게 성장해서 그런간가 싶기도 합니다. 오랜만에 아이가 성취한 일이 있어서 3천원을 송금해줬습니다. 처음으로 혼자서 네발 자전거를 탔거든요. 


봄이 오고 있어서 아이에게 민트색 자전거를 사줬습니다. 처음엔 자전거가 생겨서 신나던 녀석이 막상 안장 위에 올라가 보니 어색하기도 하고, 제법 큰 자전거라 그런지 겁을 내더군요. 다시는 안탄다고 할까봐 걱정을 했는데, 아침부터 '자전거 타러 가요'라고 조르더군요. 여전히 '아빠 꼭 잡고 있어요'라며 겁을 냈는데, 제법 익숙해 진 것 같아 슬쩍 손을 놨더니 결국엔 혼자서 자전거를 타는데 성공했습니다. 


하나씩 미션을 클리어 하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그렇게 크면서 조금씩 제 곁을 떠나는 것 같아 서운하기도 한.. 복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녀석이 떠나야 아내와 같이 보낼 시간이 늘어난다는 믿음과 기대를 갖고서 어제보다 오늘 더 '용감한 소녀'로 키워보려고 합니다. 


Small things often. 


* 의자를 밀며 걷는 것도 신기해서 용돈을 줬던 초보 아빠 시절이 문득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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