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아내가 회사에서 먹으라며 종합 비타민을 챙겨줬습니다. 얼마 전부터 다 먹었냐 물어보더니 새로운 비타민을 샀다며 빈 통을 가지고 오면 채워주겠다는 겁니다. 몇 번 이야기를 했는데, 회사에만 가면 까먹고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참을성도 많은) 아내는 그때마다 오늘 꼭 가지고 오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아침에 출근길에 아내는 잊지 않고 비타민 통을 이야기 했습니다.
이제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2가지입니다.
1. '내가 알아서 할게요'라고 말하는 것
제게는 목구멍까지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입니다. 까먹은 것이 부끄럽지만, 아내가 숙제 검사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문제를 만드는 생각입니다. 혼날 일을 만드는 말입니다.
2. '챙겨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것
1번을 목구멍 깊은 곳으로 밀어 넣고, 한번 더 생각합니다. '아내는 왜 나의 비타민을 챙기는가'말이죠. 나를 괴롭히려는 게 아니라 나의 건강을 챙기려는 마음이 보입니다.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의지와 용기를 내어 고백합니다. 고맙다고 말이죠.
결혼은 수많은 상황에서 자연스레 발현되는 1번 대안을 기각하고 2번 상황으로 변경하는 일의 연속입니다. (현실은 1번은 택했다가 혼나는 연속) 1번을 선택하면 당연히(!) 더 큰 시련이 오기에 어쩌면(?) 합리적인 2번을 점점 더 자연스레 선택하는 버릇을 들이는 겁니다. 누가 그 버릇을, 현실을 빨리 받아들이는가에 행복이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인생은 B(irth)와 D(eath) 사이에 있는 C(hoice)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감히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