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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Oct 11. 2019

아내가 예쁜 것은 현실인가, 의지인가

저는 아내에게 '예쁘다'라고 자주 말하는 편입니다. 잠들기 전에(저희는 아내와 아이가 침대에서, 저는 방바닥에서 잡니다) 아내에게 '여보, 예뻐요'라고 하면 아내는 '왜 당신은 불 끄면 예쁘다고 해요?'라며 핀잔을 줍니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정에서 형제 중 장남으로 자란 제게 '예쁘다'는 말은 연예인들에게나 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런 제가 아내에게 버릇처럼(?) '예쁘다'라고 말하기 시작한 것은 연애시절 뭔가 불리할 때 '예쁘면 다야?'라며 은근슬쩍 넘어가고, 의견차가 있을 때 '예뻐서 봐준다'라고 하면 여자 친구가 좋아한다는 인터넷에 떠도는 글을 읽고부터였습니다. (네, 연애를 글로 배운 겁니다)

처음엔 예쁘다, 사랑한다 같은 표현에 제 자신도 어색했지만 자주 쓰다 보니 익숙해지고, 듣던 아내도 익숙해지고, 나중엔 서로 표현하는데 부담감이 줄어들더군요. 게다가 평소에 표현을 했던 터라, 딸아이가 태어난 후에 아이에게 예쁘다, 사랑한다는 말을 아무리 해도 아내가 많이 질투는 안 하는 효과도 생겼습니다. (엄마에게만 예쁘다, 사랑한다고 하면 딸아이가 삐치는 역효과도.. )

갑자기 아내에게 예쁘다, 사랑한다 같은 표현을 하면 이상하게 볼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의도와 배경을 의심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경 쓰지 말고 계속하는 겁니다. 뜬금없이, 그냥, 계속 말이죠. 모든 시작에는 관성으로 인한 저항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계속하다 보면 내 입에, 아내의 귀에 거슬리지 않게 됩니다. 그때부터는 다양한 표현도 서로에겐 어색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아내에게 예쁘다는 표현을 하면 아내가 예쁘게 보이고, 정말 아내가 예뻐집니다. 그것이 인지부조화의 힘이고, 감정의 힘입니다.


Small things often.


* 자나장미의 꽃말은 끝없는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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