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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Oct 13. 2019

희생 번트의 필요성 그리고 가치

매주 목요일 점심시간이면 옆자리에 앉은 K 대리에게 물어봅니다. "이번 주말에는 어디 가나요?" 외향적인 아내를 둔 K 대리는 아직 자녀가 없어서 주말에 항상 외출을 다닙니다. 목적지는 항상 아내가 원하고, 아내가 지정한 곳으로 갑니다. 그래서 K 대리는 제가 물어볼 때마다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아내가 정할겁니다,'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러면 곤란하다. 기각될 의견이라도 준비하는 게 좋다.'라고 말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아내가 수영을 좋아하면 서울 시내 수영장을 검색해서 목요일마다 '여보, 이번 주엔 이 수영장 어때?'라고 물어보는 겁니다. 카페에서 셀카 찍는 걸 좋아하면, 예쁜 카페를 몇 군데 찾아서 '여보, 이번 주엔 이 카페 어때?'라고 물어보는 거죠. 심지어 교외에 있는 카페도 제안하는 겁니다. 이런 준비과정이 필요하고 중요한 이유는...


1. 덜 혼납니다.

많은 남편들이 결혼 초기엔 데이트하던 감(?)이 있어서 다양한 곳을 적극적으로 제안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부분 결정은 아내가 하고, 이미 답은 정해진 경우도 많아서 제안하는 것마다 기각당하기 일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안을 멈추면 안 됩니다. 머지않아 아내에게 준비를 하지 않는다고 혼나고, '생각이 없다'고 혼나기 때문입니다. 억울하고 화가 나도 반박을 했다간 더 혼날게 뻔하기에 참아야 합니다.

2. 데이터 베이스가 되고, 때로는 얻어걸립니다. 

기각당하는 의견이라도 꾸준히 말하다 보면 얻어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훌륭하고, 여전히 센스 있는 '살아있는' 남편이 되는 겁니다. 아내가 칭찬을 안 하면 혼자서 너스레라도 떨어보면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쌓인 오답노트(!)는 나중엔 사용할 수 있는 좋은 데이터 베이스가 됩니다.

3. 아내와 대화할 기회와 주제가 생깁니다.

아내의 취향은 돌에 새긴 것처럼 영원불변하지 않습니다. 아내가 선택하는 장소, 메뉴를 보면서 아내가 좋아하는 것과 아내의 취향 변화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어? 당신 차는 안마셨잖아?', '시크한 건 좋아하더니, 이젠 꽃밭도 찾네?' 이렇게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려우면 '당신 이런 곳 좋아하는구나?'정도로 물어만 보면 아내가 구구절절 말할 겁니다. 예전엔 어땠고, 지금은 어떻고... 이런 대화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 대화보다는 조금 더 서로를 가깝게, 끈끈하게 만들어 줍니다.

학생 시절에 수없이 들었던 말 중에서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는 남편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합니다. 이번 주말은 어떠셨나요? 놀기 좋은 계절입니다. 다음 주엔 꼭 한 번 희생번트를 날려보시길 바랍니다.


Small things of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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