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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Jun 02. 2020

밥을 천천히 먹으라는 말은 속도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밥을 빨리 먹는 편인 저는 아내와 식사할 때면 "여보 밥을 좀 천천히 먹어요"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성격이 급한 것도 있지만 아침에는 후다닥 먹고, 점심에는 구내식당에서 후루룩 먹고, 저녁은 회사 근처에서 간단히 먹는 생활을 오래 해서 버릇이 든 까닭입니다.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아내와 식사를 할 때도 식사가 시작되면 밥그릇과 반찬 그릇에만 집중을 합니다. 그러다가 마지막 숟갈을 뜨는 순간 '아차'하게 됩니다. 언제나 아내의 밥그릇은 아직도 절반은 남아 있지요. 그러면 조용히 숟가락을 놓고 아이를 챙기거나 '과일 먹을래?'라고 물어보곤 사과나 참외 같은 후식을 준비해 옵니다. 


오늘도 밥을 게눈 감추듯 먹은 제게 아내는 '좋은 식습관이 아니다'는 말과 함께 '함께하는 식사시간이 되면 좋겠다'라고 이야길 하더군요. 아내에게 식사는 '기능'보다는 '의미'이고, '속도'보다 '콘텐츠'였던 겁니다. 형제 중 장남으로 자라서 식사시간에 조용히 밥을 먹거나 TV를 보던 30여 년 습관을 벗어나려면 7년은 아직 부족한 시간인 듯합니다. 


요즘 아내와 즐겨 보는 드라마 <저녁 같이 드실래요?>에서 정신과 전문의 김해경(송승헌 분)은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는 남편을 위로하면서 '같은 침대를 쓰는 부부보다 같이 식사를 하는 부부가 더 행복하다'는 말을 하더군요. 정말.. 아내 말은 꼭 들어야 하나 봅니다.


Small things often. 


* 아내에게 만들어 준 양파참치볶음밥입니다. 볶음밥은 아내와 먹는 속도가 비슷해서 제가 좋아하죠.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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