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내의 생일입니다. 연애시절에 아내 생일은 평소 데이트보다 더 좋은 장소, 더 좋은 음식, 훨씬 좋은 선물을 고민하는 날이었지만 결혼하고 나서는 그렇게 챙기기 어려운 게 현실이지요. 그래도 1년에 한 번 오는 기념일을 그냥 보낼 수는 없지요.
아내의 생일 선물은 아내가 직접 고릅니다. 몇 주전에 '올해 생일 선물로 받고 싶은 것을 골라보라'라고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며칠 간격으로 아내에게 물어봅니다. '선물은 골랐어?'라고요. 아내는 오늘까지도 즐거운 고민 중입니다. (사고 싶은 게 항상 많은 제겐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점 입니다만..) 잠시 후에 아내가 고른 최종 후보를 놓고 함께 결정할 예정이지요.
사실 아내 생일날 제가 직접 사는 선물은 장인 장모님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결혼 후 첫 생일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매년 선물을 보내드리죠. 아내를 낳아주셔서 고맙다는 뜻으로 시작했는데 아내도 고마워하고, 부모님께서도 좋아하셔서 계속하고 있죠. 커플룩부터 파자마까지 올해는 건강식품을 부담스럽지 않은 예산에서 간단하게 드립니다.
어제저녁에 아내에게 '잠깐 밖에 나갔다 올게'라고 말하고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다녀왔습니다. 파인트 사이즈에 아내가 좋아하는 아이크만 담아서 냉장고에 몰래 넣었습니다. 엽서 한 장도 함께 썼지요. 생일 축하한다. 고맙다. 사랑한다. 같은 클리쉐에 가까운 표현이지만... 진심을 담아서 말이죠.
다행히 오늘은 출근을 하지 않아서 하루 종일 가족과 함께 보냈습니다. 아내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아내의 절친이 방문을 한다고 해서 오후에는 딸아이와 단둘이 종이 접기, 낚시 게임을 하고, 영화도 봤습니다. 아내는 '자신만의 시간'을 좋은 선물로 생각했습니다. 저녁에는 아내가 좋아하는 떡볶이랑 치킨을 시켜서 먹었습니다. 종종 먹던 음식을 말이죠.
제게 생일은 매년 돌아오는 날이지만 일상처럼 보내기는 아쉽고 평일처럼 보내기는 서운하더군요. 어린 시절부터 생일 파티와는 거리가 멀게 살아와서 그런지.. 아내에게도 특별한 날로 보내주기가 어려웠습니다. 아내가 좋아하는 것을 조금 더 모아서 같은 날 즐기게 해주는 것이 제가 아내의 생일을 준비하는 방법입니다.
Small things often.
* 아내가 '생일 케이크보다 낫네'라고 했던 아이스크림 한통입니다.